정확히 자정 00:00분에 도착한 광주. 2007년 당시 내일로를 했을때는 터미널로 도착했기 때문에 역에 도착하여 광주에 발을 내딛은 것은 처음이었다. 광주에 모여있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모처럼 네명이서 만나 맛있는 저녁을 먹고 나를 기다리고 있나보다.
'괜히 객기를 부려서 내려간건가?' 살짝 미안해지기도 한다.
역 앞에서 택시를 잡고 아이들이 모여있다는 상무지구에 도착하니 전자제품 상가 앞에 쪼그려서 기다리고 있는게 보였다. 아 정말 왠지 미안해죽겠네!
"얘들아 !!! 기다리게 해서 진짜 미안해!!" 라고 반가운 인사보다는 일단 미안하다는 표현을 더 먼저해야 했다. 시간은 벌써 새벽을 향해가고 있고, 다들 엄청나게 졸린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더더욱 미안해진다.
"오빠! 오빠 진짜 안오는데 우리한테 거짓말 하는줄 알았잖아요!!" 라고 자영이가 운을 뗀다
거기에 나는, "내가 그래서 내일로 스마트폰으로 끊었던거 캡쳐해서 보내줬잖니!~" 한다.
다들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일단 오늘은 늦었으니 잠을 자기로 한다.
서울에서 온 주영이와 마산 지영이는 이미 모텔을 하나 잡아 놓았고, 상우는 집이 광주라서 다시 집으로 가기로 했고,
지유와 자영이는, 그래도 광주사람이면서 의리를 발휘해서! 함께 찜질방에 가서 한숨 잤다.
근데 찜질방이 생각보다 멀다. 상우는 또 우릴 데려다준다고 찜질방까지 동행하는데 목이 말라 인근 편의점에서 맥주까지 먹어야 하는 한 1.5km는 되보이는 거리. 상무지구는 예전에 육군 상무대가 있었던 곳으로 지금은 그 부지가 전남 장성으로 옮겨갔고 그 터가 재개발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길은 참 정비가 잘 되어있었는데 사알짝 찜질방이 멀었긴 했다. 상우는 우리를 데려다주고 다시 그 먼길을 가야했다. 하아 진짜 미안해죽겠네!!
다음날 출발한 곳은 꿈에 그리던 담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있는 죽녹원과 발음하기 참 힘든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는 곳으로 담양 떡갈비와 국수촌이 유명하다.
광주에서 출발하면 넉넉잡아 40분이면 도착하는 담양은 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면 금방이다.
우리는 8시 30분쯤에 모이기로 했고, 다시 어제 쪼그라 앉아있던 그 전자제품 상가로 모였다.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인근 편의점에서 음료수와 삼각깁밥을 먹고 있는데, 또 우리 센스있는 상우가 집에서 나올 때 김밥과 레쓰비 커피를 들고 나타났다.
"이야! 안그래도 엄청 배고팠는데 네 덕에 호강한다. 야~ 이런 센스쟁이!"
상우 덕에 넉넉하게 아침 배를 채우고 나서 다음날에 광주를 떠나는 사람들이 있어 유스퀘어 터미널에 짐을 모두 코인락커에 맡겨놓고 버스를 탄다. 그리고 담양으로 떠난다.
약간씩 졸고 졸다가 도착한 담양의 첫 인상은 정말 시원했다. 탁 트인 지형에 바람은 솔솔 불어왔고, 들판은 한없이 푸르렀다. 게다가 전날에 약간 비가 내려서인지 약간 축축해서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지도를 찾고 찾아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주는 담양읍사무소에 닿을 수 있었다.
"저기 자전거 좀 빌릴려고 하는데요"라고 하자
직원이 "자전거를 빌려드릴 수는 있는데 아직 2대가 도착하지 않아서 30분정도 기다려야해요~"
우리는 쇼파에 앉아서 커피를 뽑아먹으며 잠깐의 노곤함을 풀고 있다가 곧 떠날 수 있었다. 초록색으로 도색된 예쁜 자전거를 타고 한시 전까지만 다시 읍사무소로 돌아오면 된다. 지도를 보면서 사무소직원이 설명을 해주는데, 소쇄원까지는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돌려면 메타세쿼이아 길과 관방제림, 죽녹원까지 도는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한다.
우리는 일단 메타세쿼이아 길을 먼저 가기로 하고 지도를 펼쳐서 열심히 헤메이고 헤메이다, 가까스로 메타세쿼이아 길에 닿을 수 있었다. 메타세쿼이아 길은 실제로 차가 다니는 도로라 자전거 여행자들은 자전거를 타고 출입이 금지되어있는데 우린 그런것도 모른체 도로를 신나게 질주한다. 바람이 약하게 불어줘서 자전거를 타고 몇번을 왔다리 갔다리 해도 땀하나 나지 않고 계속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했다. 다들 까르르 웃으면서 메타세쿼이아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끝내고 관방제림 방향으로 이동했다.
관방제림은 1648년 부사(府使) 성이성(成以性)이 제방을 수축했고, 1854년(철종 5) 부사 황종림(黃鍾林)이 관비(官費)로 연인원 3만여 명을 동원하여 만들었기에 관방제라 이름붙여진 곳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다양한 수목들이 있다. 이곳에는 피크닉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곳으로 상당히 붐볐다. 우리는 뭣도 모르고 무작정 자전거를 타고 관방제림을 누볐는데 사실 자전거를 타고 관방제림에 들어갈 수 없었다. 출입금지 팻말을 보지도 못하고 들어가서 왜 사람들이 우리를 이상한 사람 보는 눈초리로 봤는지.......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민망함에 관방제림을 빠져 나와 다리를 건너 횡단보도를 지나가면 곧바로 죽녹원이 나온다.
죽녹원은 코스별로 소요시간이 표시되어있는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돌아보면 한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코스이다. 거기다가 사진까지 찍을려고 하면 시간이 더 오래걸리는 셈. 입장료는 2000원으로 주말에 가면 최소한 30분은 기다려야한다. 우리가 갔을때도 사람이 너무 많아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근데 그때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매표소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라? 낯이 익은 모습인데... " 하고 보는데 군시절 중대장님이 내 앞에 똭! 아는체하려다 혹시 아닐지도 몰라 인사를 하지 못했다. 어차피 대구가서 뵙기로 했으니까 그때 진위여부를 밝혀보기로 한다. "그래도 말 한번 걸어볼걸 그랬나?"
자전거 반납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죽녹원을 속성으로 돌아봐야해서 아쉽긴 하다. 하지만 또 다시 올 곳이니까..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또 와보기로 하고 다시 자전거 방향을 돌려 읍사무소에 자전거를 반납했다.
이제 담양에서 맛집을 찾아 다니는 것만 남았는데, 떡갈비를 먹기에는 너무나 비싸고 학생들이 먹을 만한 음식 그리고 싼 가격까지 합리적인 음식을 찾다보니 담양에서 유명한 국수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우리는 약계란 6개와 멸치국수를 먹기로 하는데 갑자기 소낙비가 들이 닥친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하고 평상에 앉는다. 다른 사람들도 처음에는 당황스러워하는 눈치지만 웃으면서 이런 경험 언제 해보겠냐며 우산을 쓰고 국수를 먹는다.
우산아래 국수라. 정말 여간하면 경험하기 힘든 것인데 정말 별 경험을 다해보는구나.
비가 그치고 나니 벌써 언제 그랬냐는 듯 날이 개었다. 담양하면 떠오르는 것이 죽녹원이라든지 관방제림이라던지 많은 것들 보다도 가장 떠오르는게 비 맞으며 먹었던 국수의 맛이다. 왠지 모를 시골정서, 살짝 비릿한 비의 냄새가 아직도 기억속에 많이 남는 이번 담양여행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버스는 다시 40분을 달려 광주에 도착했다. 지영이는 마산으로 가고 주영이는 서울로, 상우는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여행'이라는 키워드 아래 우리는 한국관광공사 트래블리더로써 만났는데 그들은 언제나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갑자기 오겠다는 이방인을 따듯한 마음으로 받아주고 함께 여행해 준 친구들이 너무나도 고마운 하루였다.
"오빠~ 이제 나주로 가야지?" 나주에서 국밥먹기로 한 지유가 약속시간에 맞춰 터미널에 나왔다. 지유와 함께 자영이가 살고 있는 나주로 간다. 정확히는 나주를 여행하러 간것이 아니고 자영이를 한번 보고 여수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겸사겸사 국밥을 먹으려는 것이다.
160번 버스를 타면 나주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으로서 나주평야와 나주목, 그리고 영산강이 흐르는 평화로운 동네인데 예전에는 광주보다도 훨씬 큰 고을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전라도'가 전주와 나주를 합친 말이라고 한다.
지유와 나는 남고문에 내려 아름다운 나주에 닿게 되었다. 조용한 마을의 모습에 왜 이렇게 마음이 편해지는지 모르겠다. 나주를 끼고 도는 개천은 물도 아주 맑고 눈에 물고기가 보일 정도. 게다가 날이 확 개어서 그런지 구름이 개천에 반영되어 아름답게 빛난다. 아르바이트를 나가기 전 자영이가 꽃단장을 하고 집에서 나와 곰탕집으로 데리고 가고, 쿨하게 곰탕을 사줬다.
엄청나게 맛있었던 나주곰탕. 밥이 안에 이미 말아져있고 배를 갈아넣어 살짝 달짝지근하면서도 고기 수육도 많이 들어있다. 지유가 "허버 맛있다"며 극찬했었는데 그 이유를 잘 알것 같다. 특히 깍두기가 정말 제대로인 집. 나주 사람이 직접 추천해 준 맛집이다. 배를 두둑하게 채워서 다시 여행을 나서니 다시 힘내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소화시킬겸 나주 목사내아도 걸어보고 금성관도 지나가본다. 시간이 약간 늦어 폐장한 곳이 있었지만 그냥 걷는 그 기분만으로도 행복했다. 특히 그 정점을 찍었던 곳은 바로 나주향교였는데 조용한 향교 아래 누워서 바람이 나무를 스치는 소리만 들어도 행복한 그런 곳이었다. 가이드를 해준 자영이와 지유에게 무한히 감사를!
우리는 다시 나주를 나서야 할 시간, 바로 광주송정역에서 여수로 넘어가는 기차를 타야했기에 자영이와의 작별을 해야했다. 자영이는 밤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야해서 일찍 가봐야했기 때문에 지유와 함께 나섰는데 왠지 기차를 놓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가까스로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코앞에서 버스를 놓쳐버리고 다음차를 기다리는데 족히 20분을 기다렸는데, 차가 예상보다 5분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탈 수 있을지 의문.
송정역에 도착하면서 지유가 혹시나 기차를 놓치면 전화하라고 했는데, 왠만하면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괜찮다고 했다. 송정역으로 빨리 뛰어가 기차 시간을 보는데 이미 5분전에 금일 마지막 기차가 떠났다는 전언. 그래서 다시 돌아오면서 지유에게 SOS 요청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유야 ... 기차 놓쳤어!"
"오빠 안그래도 그럴 줄 알아서 엄마한테 전화해놨어요~ 집에서 자고 가라고 허락해주셨어요~"
한번도 본 적 없는 외지인을, 그냥 재워주겠다는 지유네 가족. 너무나 감사하다. 지유 덕분에 하룻밤을 너무 편하게 보내고 광주를 떠날 수 있었다. 다음날에 지유네 부모님께 감사의 편지 하나를 남기고 기차가 새벽 6시였기 때문에 일찍 집을 나섰다.
그 이른 아침인데도 지유는 버스 정류장까지 바래다 주었다.
눈꼽도 안떼고 조심히 가라고 하는 지유에게 어떻게 빚을 갚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참 여행자라는게 이래서 행복하구나 느꼈다. 갑자기 간 광주여행에서 갑자기 만난 친구들과 함께 많은 인연도 쌓았지만 추억도 쌓고 돌아오는 길이다.
광주역에서 기차를 타고 여수를 가기 위해 순천으로 가는 내내 행복한 미소를 가지고 앞으로의 여행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갖고, 그렇게 광주를 떠난다. 광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