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디 좁은 순천 찜질방에서 하루를 불편하게 자고 나서 아침 일찍 부산으로 출발해야했다. 무려 새벽 6시에 있는 기차라서 빨리 준비하지 않으면 오후에 있는 기차를 타야했다. 다행이 자리가 없는 찜질방에서 우겨우겨 락커룸에서 아주 불편하게 잠을 청하다보니 뜬눈으로 밤을 지내 쉽게 시간을 맞출 수 있었지만 기차에 올라타자마자 바로 기절했다.
기절하고 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낙동강이 보이고 곧 부전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아니 벌써 부전역이라니 벌써 3~4시간이 훌쩍 지난건가? 정말 피곤하긴 엄청 피곤했나보다. 다행인건 사람이 별로 없어서 계속 앉아올 수 있었다는 것. 그러니까 잠이라도 푹잤지 그렇지 않았으면 부산을 지나쳐 어디론가 가고 있지 않을까.
부산에 잠깐 중간체류(STOP-OVER) 한 이유는 바로 밀면을 먹고 싶어서였다. 부산은 항상 올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 따로 부산을 코스에 넣지 않았는데 개금에서 밀면을 꼭 한번 먹어보고 싶었고 부전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더 가보고 싶었다.
이렇게 개금역 1번출구를 나오면 개금 골목시장이 앞에 딱 보이고, 조금만 더 들어가면 큰 사거리가 나오는데 거기서 바로 허름한 골목으로 우회전을 하면 개금밀면을 찾을 수 있다. (사실 나는 여기서 엄청나게 해맸다)
밀면은 꼭 미리 만들어놓은 것 처럼 금방 나왔다. 딱 봐도 정말 먹음직 스러웠는데 처음 먹어 본 느낌은 음 뭔가 달달한 냉면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시원하고 맛있어서 금새 한 그릇을 뚝딱!
사실 위생면으로는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았는데, 어차피 파는 음식이니 무슨일이 있겠냐만은 이런 생각이 여행에 있어 큰 변수를 가져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다음편 여행기에서 일이 터진다) 개금밀면을 먹고 부전역에 도착해 바로 동해남부선을 타고 울산 태화강역까지 가는 무궁화 열차를 탄다. 약간 일반 열차보다 다르게 생긴 이 열차는 무궁화인데도 불구하고 지하철처럼 서로 마주보는 열차칸이 따로 있더라.
동해남부선을 타고 해운대를 지나 기장도 보고 얼마 지나자 고리 원자력 발전소도 보인다.(냉각을 하고 있는지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이 예쁘다) 이름 모를 이 학생은 계속 신기한 듯 밖을 주시하면서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같이 여행이야기를 해보니 이 학생도 여행을 꽤 좋아해서 혼자 다니는 영혼.
충청도의 국립대학교 수학과에 재학중이라는 이 학생. 군대 갓 제대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잘 지내고 있으련지 모르겠다.
"어디로 가요?"
"바다가 맞닿아 있다는 간이역 월내로 가요"
그리고 이윽고 월내에서 내렸다.
이렇게 동해 남부선에서는 로망을 찾아 바다로 가는 젊은이도 있고
나처럼 삶을 치유하려 새로운 세계를 갈망하는 젊은이도 있다.
MT를 온 젊은이들은 기장에서 한꺼번에 내리고 타기를 반복.
월내를 지나 조금씩 바다가 멀어지고 논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곧 태화강역에 도착한다.
"아 젠장 근데 태화강역에 도착하고 나니 모자를 기차에 두고 왔다"
"아 저기 여보세요? XXXX호 차량 승객인데 모자 잃어버렸어요!!"
다행이 찾았다고 나중에 동대구 역에 들르란다.
어차피 가야할 동대구역에 꼭 가야하는 이유가 생기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