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서 이말은 하고 넘어가야겠다. 지금은 이렇게 편하게 싱가포르 항공을 타고 유유히 싱가포르를 향해 가는 것 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불과 비행기 타기 3일전.....)
필리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나서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왠 알림이 이렇게 많은지 놀라하면서 다시한번 자세히 봤다.
"야 지금 너 어디있냐? 돈이 너에게로 입금이 되어있다, 닌 알고 있냐? "
같이 대외활동을 하고 있던 규환형에게 온 문자다. 필리핀 현지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하려면 돈을 내야했는데 그동안 나는 침대 어디편에서 흘러나오는 신호를 그냥 잡아 와이파이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VOIP전화를 쓸정도의 무선신호는 아니었다. 때문에 옆에 있는 과장님에게 양해를 구해서 한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내용인 즉슨, 이번 우리팀이 8개 팀 중 하나로 선정되어 해외탐방을 가게 되었는데, 탐방비 전액이 내 통장으로 입금이 되어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이전의 실적을 미루어 보아 우리팀이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구체적인 날짜는 정해놓진 않았다. 규환형도 대학원에서 시험을 봐야하는 입장이기에 2월 중순이 넘어가면 아예 탐방을 못가는 상황이었고, 내 경우에는 필리핀 봉사활동을 갑작스럽게 가게 되는 바람에 1월말을 전부 사용해야 했다. 그래도 가계획은 잡아야 했기 때문에 내가 2월 2일에 한국에 입국하게 되므로 2월 3일날 다시 말레이시아로 출국하는 쪽으로 결정이 기울었었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내 통장으로 돈이 들어올거라는 생각은 못했고, 해외탐방 팀 선정 당일 통장 사본을 제출해서 형 쪽으로 입금하게 해서 예약같은 것은 형에게 부탁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던것은...
철저히 오산이었다. 하하
뭐야 진짜, 큰일났네 비행기고 뭐고 예약은 커녕 하나도 안되어있는 상황에다가 주최측에서는 무조건 2월 초에 다 나갔다 오라고 하니 진짜 제대로 궁지에 몰렸다. 난 그런 위기에서도 "우리 한국가서 생각해요~ 가면 뭐 우짜 되겠죠 뭐" 했다. 그래, 정신이 아주 나갔던거지.
결과적으로, 1월 29일에 출발해서 2월 2일까지 필리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최대한 2월 4일 이전에 재출국 하는것으로 가닥을 잡는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똥줄은 있는대로 다 타고 한국 도착한 당일 새벽 간단하게 햄버거로 밥을 떼우고 바로 집으로 달려갔다. 잠이고 모고 지금 일단 중요한 것은 비행기편부터 예약해놓는 것이었다.
또 고집은 고집대로 있어가지고 그간 스톱오버 여행도 좀 생각해놨었는데, 원래 목적지로 가는 말레이시아에 취항하는 비행편은 태국/일본/베트남/싱가폴/홍콩을 거쳐갈 수 있었다. 우리는 사실상 각 나라 면세점 시장조사를 하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인지도 있는 공항면세점을 찾아 나서야 했다. 나름대로 일거양득 전략을 구사하려 했던 것인데 홍콩을 스톱오버하는 케세이퍼시픽은 일찍이 동이 났다.
홍콩은 처음부터 우리의 인연이 아닌듯, 이번엔 싱가폴 항공을 찾아보았다. 3일, 4일 양일동안 다행이 딱 네자리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내가 클릭하는 순간 3일 비행기는 날아가고 2월 4일 비행기 뿐, 어쩌겠는가 일단 형에게 전화해서 이야기하고 결제를 했다. 그리고 긴장이 풀려 컴퓨터 키보드를 껴안고 잠이 들었다.
.
.
.
.
.
내가 미쳤지..... 스톱오버는 생각도 안하고 그냥 결제를 시원하게 해버린 것이다. 경황이 없어서였는지 무슨 생각이었는지, 원래 스톱오버를 하겠다고 결제전에 말하고 수정된 루트를 확인 후 결제를 하는 것인데 내가 정신 차렸을 때는 이미 발권이 끝나있는 상태.
한참을 머리 잡고 굴렀다.
이 머리 나쁜 새끼 진짜 흑흑... (자학중)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그래, 내 잘못이니 내가 수수료를 물자해서 다시 발권했다. 입국하자마자 출발하는 것도 웃긴 상황인데 그 짧은 하루에 다 있었던 일이라니.
이쯤에서 분명 궁금한 것도 있을거다. 그럼 숙소는 어떻게 하는데?
"음 숙소는 일단 싱가포르만 예약 해놓고 나머지는 여행하면서 그 전날에 심장이 쫄깃한 상태에서 진행하겠습니다"
"만약 못 구하면 공항에서 노숙해야지요..."
<2/4~2/14> 싱가포르 - 말레이시아 - 코타키나발루 시장조사를 가장한 탐방 여행 지금부터 진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