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들어선 창이공항. 우리가 내린 곳은 제 2터미널이다. 창이공항은 총 3개의 터미널이 있는데, 면세점과 시설이 가장 최신인 곳은 제 3터미널이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입국장과 출국장 모두 면세점이 있는데 입국장과 출국장 가격이 약간씩 차이난다. 기본적으로 입국장이 비싸기 때문에 보통은 다른나라로 출국할 때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비행기가 착륙할때 약간의 빗방울이 유리창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는데 역시나 약간의 비가 내리고 있다. 고작 6시간 왔는데도 불구하고 여기는 완벽한 여름. 한국에서 살을 에는 엄청난 추위를 맛보다가 이렇게 싱가폴을 오니 다시 필리핀에 온 느낌이다. 후끈한 공기과 습기. 익숙하기 그지없다.
신기한 싱가폴 창이공항의 느낌 입국장 면세점을 둘러보다가 뽀송뽀송한 카페트에 신이나서 이곳저곳 다녀본다. 싱가폴 항공에서는 싱가폴 항공을 이용한 고객을 위해 20 싱가폴 달러의 가치가 있는 바우처를 주는데 이것을 가지고 공항내에서 먹거리를 사먹을 수 있다. 우리는 눈치껏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바우처를 교환하고 출구를 찾아 나섰다. 근데 생각보다 출구 찾기가 어려워서 마침 가다 만난 싱가폴 항공 스튜어디스에게 물어봤는데 따라오시라며 안내해준다. 감사하게도. 마음씨도 얼굴도 예쁜 처자.... (퍽)
싱가폴 창이공항에는 이곳 저곳 짐을 맡겨주는 곳이 있다. 그도 그럴것이 싱가폴이 스톱오버 여행지로도 인기가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다른나라를 가기전에 싱가포르를 많이 방문하기 때문, 그래서인지 싱가폴 창이공항 내에는 호텔도 있다.
MRT티켓을 어떻게 뽑는지 한참 고민하다가 다른 사람이 뽑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그대로 따라하며 가까스로 Single Standard 권을 끊고 숙소가 있는 Boonkeng (분켕) 역까지 간다. 그런데 이 구간은 자그만치 3번이나 환승을 해야했기 때문에, 매번 큼지막한 캐리어를 들고 내리는게 여간 불편했다. 게다가 Sarangoon 역은 환승하기 위한 구간이 굉장히 길어서 애를 좀 먹어야 했다. 으아니 이렇게 더운 날씨에 이것이 무슨 개고생이여!
가까스로 Boonkeng 에 도착하니 습한 공기가 확 뿜어져 나온다. 햇빛은 따갑고 습하고 우리의 두손에는 큼지막한 캐리어가 들려져있다. 어찌되었던간 무조건 숙소로 가야겠단 생각만 들었다.
역에서 나와서 쭉 걸어들어가면 나오는 The hive 호스텔 (http://www.thehivebackpackers.com/boonkeng/Home2.aspx) 명당 3만원의 가격으로 편하게 묵을 수 있는 곳이다. 글자 그대로 벌집답게, 건물이 노랗게 칠해져있기 때문에 찾기는 어렵지 않다. 아침에 간단한 토스트도 제공해준다.
이 숙소 자체가 미리 데포짓을 걸어놓는 형식이 아닌 매우 자유로운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걱정이 조금 되긴 했다. 혹시나 늦게 도착하면 취소되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걱정이 기우였다. 방도 너무 괜찮았고, 에어컨도 빵빵했으며 알바생도 매우 친절했다. 와이파이도 잘 터져서 규환형은 싱가포르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고 어느정도 채비를 한 뒤 시내로 향했다.
다시 지하철역으로 들어서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는데 자꾸 생각해보니 이게 한국보다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을 헛디디면 저세상으로 갈거같은 엄청난 속도. 그런데도 사람들은 적응이 되었는지 잘만 타더라.
저녁 5시 약속을 위해서 센터인 오차드로드로 간다. 지하철을 타고 사람들이 제일 많이 내리는 곳이 바로 클라키와 오차드로드인데 우리는 오차드로드에 내려 쇼핑센터를 조금 돌아보다가 약속장소인 분수대 쪽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분수대에서 음료수를 먹고 있는데 왠 닌자 복장을 한 사람이 길거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이리저리 나눠주고 있다. Yokoso! Japan이라고 적혀져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일본 관광청에서 나온 프로모션인 듯 했다. 참 참신했다. 그 사람많은 길거리에서 단연 눈에 띄었고 사람들도 좋아하며 같이 사진찍고 싶어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이런 부분을 보았을 때, 우리나라의 길거리 홍보의 현황은 어떻게 되는지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괜히 궁금해졌다.
아무튼, 그렇게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가 규환형의 지인인 희영누나가 왔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살갑게 대해주시고 이것저것 말도 시켜주셔서 금새 친해질 수 있었다. 희영누나가 에스코트하는 대로, 이리저리 구경했다. 쇼핑몰도 구경하고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아베크롬비'도 구경할 수 있었다. 가격이 다소 쎄긴했지만 왠지 구매욕구를 자극 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예전에 뉴욕에 놀러갔을때 아베크롬비'님'도 몰라보고 그냥 지나친 기억이 생각나서 크흑.... 아무튼, 왠지 명동같은 분위기가 나는 오차드로드는 길거리에 높은 나무들이 즐비하고 다양한 새들이 지저귀고 있어 더욱 상쾌한 느낌이다. 워낙 룰이 강한 나라다보니, 길거리도 깨끗하다. 길거리 음식인 용과주스와 메론주스를 먹으며 더위를 쫒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보 레스토랑으로 간다.
예약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하는 점보 레스토랑을 우리가 간다고 해서 미리 예약을 잡아주신 누님께 감사의 표시를! 지하철을 타고 곧장가면 점보레스토랑이 있는 클락키에 도착할 수 있다. 멋진 분위기의 클라키, 멋진 레스토랑과 클럽들이 모여있어 북적북적한 곳이다. 다양한 어메니티가 공존해있어 이곳은 항상 Friday night 으로 보인다.
우린 점보 레스토랑으로 가서 벼르고 벼뤄왔던 '칠리 크랩'을 먹기로 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게를 철저히 분리해 줄 '도구' 들이 등장하고 우리는 탁자앞에서 신나게 해체 준비 작업을 시작한다.
"누나 이거 어떻게 먹어야 해요?"
누나가 시범을 보인다. 은색 집게를 들어 철저히 부셔준다음에 살을 발라먹고 소스에는 꼭 빵을 찍어먹는다. 약간 겉만 튀긴것 같은 이 빵의 정체는 아마도 로티처럼 보인다. 볶음밥에, 게살에 빵까지 찍어먹으니 이보다 무릉도원은 없는 것 같다.
배를 툭툭 두드리며 일어나서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규환형이 이번엔 자기가 계산을 하겠다고 똭!
"형! 왜 그래요? 우리 예산에서 내면 되는데??"
" 오늘 너 생일이니까 내가 낸다!!"
"우오오오오오옹~~~~~"
맞다. 나 오늘 생일이었지, 너무 순식간에 와서 오늘이 몇일인지도 까먹고 있었다. 형 덕분에 거한 생일상을 받아보다니 난 참 운도 좋다. 후후후. 배를 통통 두드리며 잠들지 않는 클락키 주변을 걷다가 마리나 베이방향으로 쭉 걸어가기로 했다. 산책도 할겸.
나는 너무나 대단한 광경들과 잘 닦여진 도로를 보면서 우와우와 한다. 빌딩들도 다들 고층빌딩이고, 이런곳에서 비지니스하면 비지니스 할 맛 나겠어요! 이러고 앉았다. 촌놈마냥... 사실 그런 반면 싱가포르는 껌만 씹어도 잡혀가고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대중교통에서 뭔가를 먹으면 벌금형이 부과되는 무시무시한 국가다(그래도 난 지하철에서 몰래 과자 먹는 사람을 봤지...)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이 보이는 머라이언 파크. 상상속의 동물인 머라이언은 반은 물고기, 반은 사자의 모습을 한 싱가포르의 마스코트다. 저녁이라 한껏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머라이언에서 간단하게 커피빈에서 커피를 마시고 나니 어느덧 마리나 샌즈 호텔에서 멋진 레이져쇼가 시작되었다. 휘향찬란한 레이져쇼가 약 30분동안 이어지는데 참 황홀한 풍경이었다. 언젠가 돈이 있으면 꼭 가족과 함께 마리나 베이 센즈 호텔에 가보자 하고 다짐해봤다.
시간이 벌써, 자정이 넘어가고 있는 무렵. 누나는 마지막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나와 형은 버스와 지하철이 없자 택시는 낭비라며 숙소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참 겁도 없지)
GPS에 의지해서 리틀인디아도 보고, 온갖 건물들, 공원을 지나 한 한시간 30분정도 걸었을까 가까스로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날이 하도 덥다보니 땀이 줄줄줄 나더라.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나 싶었다. 그래도 고집쎈 우리는 다행이 성공적으로 호스텔에 도착했고 첫날 싱가포르 일정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참 매력적인 도시인 싱가포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