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아침 찌부둥한 몸을 눈을 떴다. 아웅.
어제 애지간한 랜드마크는 모두 섭렵했기 때문에 오늘의 일정은 박물관 순회 일정이다.
거기에 쁠러스 해서 어제 못 간 제퍼슨 기념관과 워싱턴 기념탑, 그리고 내셔널 몰의 야경을 보는것이 목표다.

일어나자 마자 날씨를 확인했다.
"음 비는 조금만 내리는 것 같군" 하며 안도를 하고 선더스톰이 현실이 되지 않길 바라며 2층에 있는 휴게실로 갔다. 이 호스텔은 아침에 2불만 내면 머핀,베이글,음료,커피,오트밀 등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아침을 든든히 먹고 슬슬 씻고 출발했다.

어제 비가 엄청나게 내렸던듯 워싱턴은 어제와 다르게 질퍽질퍽한 도시로 변해있었다. 진짜 하루만 늦게 왔으면 비맞으면서 다닐 뻔했다. 오늘의 코스는 드넓은 내셔널 몰에서 자연사 박물관과 항공우주박물관을 들리는 일정이다. 우리가 호스텔 밖을 나서자 마자

"어서와 너희들을 기다렸어"
라며 신나게 하늘에서 쏟아지는 물줄기, 다행히 우산이 있어서 그나마 비를 덜 맞고 다닐 수 있었다. 내셔널 몰로 가는길에는 이상한 불협화음으로 요란한 종소리를 내는 우체국이 있고 그 우체국을 지나 펜실베니아 스트리트를 지나면 바로 내셔널 몰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먼저 전망대에 올라가기 위해 기념탑에 들렀으나 우리에게 통보식으로 들려온건 오늘의 표도 모두 배부가 끝났다는 거다. 이제 우리는 내일을 기약할 수 밖에 없는 처지. 내일은 정말 일찍 와야지 하고 마음먹고 생각보다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일단 자연사 박물관으로 갔다. 어제 호프다이아몬드를 보았으니 오늘은 다른 것을 보아야 할 차례. 박물관은 다 무료기 때문에 입장에는 짐 검사만 하면 된다.


거대한 코끼리를 중심으로 구성된 자연사 박물관은 1층은 지구의 탄생부터 인류의 탄생까지의 테마 2층은 지구에 있는 모든 자원과 생명체들에 대한 테마로 이루어져 있다. 입장할때 아이맥스도 공짜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8.5불을 내야 함으로 실수하지 말자(우리는 이것도 공짜인줄 알고...하하)

일단 모든것은 박제고 가짜고를 떠나서 뉴욕에 있는 자연사박물관 보다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기대를 하고 가지 않는게 좋다. 특히 이날은 주말이었는데 사람이 정말 바글바글했다. 물론 보스톤 마라톤이 개막된 때라서 그런지 보스턴에서 온 관광객도 많았고, 복잡하기만 해서 제대로 감상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추천할 것을 정해보라면 단연 2층에 있는 Insect zoo 일 것이다. 정말로 살아 움직이는 벌레들을 실컷 볼 수 있다. 봄시즌은 나비 특별전도 하고 있으니 눈 앞에 날아다는 나비를 보고 싶다면 돈을 내고 관람해도 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기회비용이 크다고 생각한다. (약 4미터 되는 거리에 여러종류의 나비가 훨훨 날아다니는 것 뿐이다 정말 단지 그것 뿐이다)  그 외에도 한국관, 사진관등이 있어서 흥미롭다.

박물관 둘러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총 2시간 가량. 관람을 마치고 나면 정면으로는 다른 박물관 크기를 능가하는 성같은 인포메이션 센터가 존재한다. 그곳 안에는 갤러리와 자그마한 까페, 그리고 인포메이션 데스크가 있으니 스미소니언을 들러보기 전에 먼저 이곳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왜냐면 정말 참고해야 할 정보가 많기 때문에 미리 상기를 해두고 가면 이곳에서 얻은 자료만큼 더 많이 느끼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내셔널 몰 곳곳에 스미소니언 광고가 붙어있는데 인상적인건 '(박물관이) 너무 많아서, 너무 시간이 없다!'라는 문구다. 정말 그만큼  박물관이 많다. 시간이 없는 여행자라면  골라서 보는 것이 현명하다.


그 다음 우산을 쓰는건지 비를 맞으며 가고 있는건지 비가 직선으로 내리지 않고 바람을 타고 곡선을 그리며 우리의 옷을 서서히 적셔갈 무렵 거리가 꽤 차이나는 항공 우주 박물관에 도착했다. 2층의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다. 자연사 박물관보다 훨씬 커보였다. 처음부터 많이 기대한 만큼 역시나 멋졌다. 항공에 대한 역사부터 시작하여 실제 모형과 함께 우주에 대한 소개도 정말 자세히 소개 되어있다. 그리고 전쟁을 통해 발전한 항공산업인 만큼 전쟁에 대한 자료도 빠짐 없이 전시되고 있다. 이 곳의 압권은 달에서 가지고 온 월석이라던지 행성운석이다. 직접 만져볼 수도 있어서 정말 신기했다.


이곳은 다 돌아보는데 거의 3-4시간이 소요되므로 시간 안배를 잘 하는 것이 좋다. 배가 고플때는 1층에 맥도날드가 있는데 그 규모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2층구조에 사람이 한 1000명은 들어갈 듯 싶다 손이 떨리는 건 규모만큼 가격이다.
워싱턴의 세금은 뉴욕보다 비싸다. 부가세가 10%가 붙고 여기서 팔리는 빅맥세트는 약 6.99달러(세금 제외). 원래 이렇게 비싼가 하고 생각했는데 차이나 타운에서 보니 가격이 훨씬 싸다. 그래도 우리는 배가 엄청 고팠기 때문에 신나게 햄버거를 뜯었다. 감자를 실컷 케챱에 찍어먹고 있는데, 갑자기 옆 자리 할아버지가 "카메라 좋은거 쓰네"하고 말하며 관심을 갖는다. 응? 이거 옛날 기종인데 ... 커보여서 그런가? 알고보니 이 동네는 DSLR을 잘 쓰지 않아서 (미국 전체가 그렇다)인지 어디서든 이 카메라가 신기해 보인다고 한다. 참 신기한 동네야 알면 알수록 말야... 그렇다면 이런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일본인이겠군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움직여볼까 하고 일어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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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으면
난 나태해 진다.

배가 부르니
다리가
아프다. 움직이기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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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더 다녀야해 말아야해 하고 고민이 된다. 누나도 힘들다고 하고 더군다나 비가 오니까 이동하는게 장난이 아니다. 항공우주박물관 화장실에는 옷을 말리려고 옷가지 널어놓은게 한두벌이 아니다. 그만큼 이곳의 사람도 많고 비도 많이 온다는 증거.

그래도 다행인건 우리가 나설때 마다 비가 덜온다는 것, 일전에 말한 적이 있는데 여기도 지구의 날 행사에 여념이 없다. 비나 피하러 가볼까도 했지만 오늘도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에 시간 안배를 잘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국립 미술관에 가보기로 했다. 중세부터 시작하여 현대까지 여러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북쪽미술관)
특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초상화로 유명. 나는 스위스 루체른 그림에 혹해서 한참을 멍하게 쳐다보며 빠져들었다.  로비에 분수도 있는 로맨틱한 미술관이었다.


미술관을 나서고 나서 제퍼슨이고 모고. 피곤에 쩔어
다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아 숙소가 최고야!!!"
누나는 안대를 쓰고 침대에 쓰러졌다.

나도 좀 씻고 쉬기로 했다. 쉬고 나서는 야경을 보러 나가기로 맥도날드에서 계획했기 때문에 에너지를 충전해 놓을 필요가 있었다.
.
.
.
그리곤 9시경 우리는 밤 늦은 워싱턴 거리에 대한 무서움도 없이 호스텔을 나섰다.
근데 신기하게 비가 오지 않는다.
바람은 선선하게 불고 펜실베니아 스트리트에는 불빛이 참 아름답다.
워싱턴의 밤은 고요하면서도 정말 가로등 불빛 마저도 예쁘다.

우리는 그 충만한 느낌을 가지고 국회의 사당에 가서 야경과 기념사진을 찍어댔다. 관광객이 별로 없어서 무섭긴 했다. 그렇지만 무섭다 무섭다 하면서도 사람 없는 내셔널 몰을 지나 워싱턴 기념관까지 걸어갈 작정을 했으니 참 대단하기도 하다. 근데 중간중간에 배치되어 있는 경찰.. 그리고 무시 못할 이동거리


갑자기
또 귀차니즘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호스텔로 돌아와서 뻗었다.
역시 여행은 체력 안배가 중요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너무 타이트하게 가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루즈하게 가도 안된다.

예전에 읽은 책 중에 '노동효의 로드페로몬'에서는 이렇게 소개해주고 있다
-
우리는 여행을 한다고 하지만 방학숙제를 하는 기분이야.
오늘은 어디어디를 가고 그곳에 갔다는 증명을 하곤하지, 혹여나 그날에 그것을 하지 못했다 했을경우엔 밀린 숙제마냥 한꺼번에 하기도 하지.
-


왠지 우리는 순간 숙제를 하고 있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바쁘게 넘어와서인지 우리도 많이 지쳐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물론 대수롭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그즈음 우리는 이번여행에 위기의식을 살짝 느꼈다.
조금은 이 행위 자체를 천재지변에 관계없이 잘 보낼 순 없을까 하고 깊이 생각해본다.


* 주 : 오늘의 일정 지도는 네셔널몰만 이동했기 때문에 생략합니다 ^^

날짜

2010. 8. 2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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