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이동
날씨 참 좋은 부킷빈탕! Lot 10은 로컬마켓으로 유명하다. 중저가 제품과 전자제품이 많다.
북적북적하던 파빌리온이 조용해졌다. 행사가 끝나가나보다.
리워드 카드를 발급받는데 정말 친절하게 대해 준 파빌리온 직원.
쿠알라룸푸르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아침 일찍 두 남자는 어디론가 분주히 향한다. 그곳은 다름아닌 파빌리온. 이미 갔었던 메가쇼핑몰을 찾은 이유는, 리워드 카드 때문이었다. 각 쇼핑몰들은 리워드 카드를 발급하고 있는데 어느정도 금액의 물품을 구매하게 되면 퍼센티지나 20달러 상당의 가격을 할인해준다.
우리는 그간 시장조사를 하면서 제품을 직접 구입해서 가격을 비교해 볼 기회가 제법 많았는데, 남자들이다 보니 따로 화장품을 사고 싶은 마음은 없고 코타키나발루에서 사용할 수영복이나 사보며 가격비교나 해봐야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었다. 때문에 이왕 가는 김에 막바지 세일을 하고 있는 파빌리온을 찾은 것이다. 일단, 우리의 목적인 리워드 카드를 받는게 중요했다. 이는 간단하게 외국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여권만 준비하면 되는데 카운터 직원이 주는 어플리케이션 폼만 제대로 잘 작성하면, 리워드 카드를 얻는것은 그리 어렵진 않다.
이 카드를 가지고 우리는 막바지 '우리를 위한' 쇼핑을 시작했다. 일단 내게 필요했던 것은 열대자연이 숨쉬는 수영복이었고, 형은 크록스 슬리퍼가 필요했다. 이곳 저곳 다니면서 내게 유독 친절하게 대해 준 아레나 상점(이라고 하고 여자 종업원이 참 친절한 곳)에서 열대자연이 숨쉬는 초록빛깔 수영복을 사고 나서 쇼핑몰을 빠져나오기로 한다. 사실 다른층에도 값싼 것들은 많았지만 디자인이 내게 맞지 않고 무엇보다 사이즈가 내겐 너무 커서 (아 다리 짧아 슬픈 짐승이여..) 고민만 죽어라 하다가 결국은 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막바지 쇼핑을 실컷 즐기고 이제 코타키나발루로 떠난다.
모두가 알다시피 정말 계획은 생각지도 못하고 떠나온 여행이다. 그러다보니 코타키나발루 행 비행기표는 전혀 확보되지 않았었는데 여기 온 3일차에 미친듯이 느린 인터넷으로 간신히 예매를 시도해서 바로 전날! 극적으로 입산 허가가 떨어져 갈 수 있게 되었다. 코타키나발루.. 신혼여행지로 선호되는 곳에 남자 둘이서 간다고 하니 뭔가 긴가민가 한 상황이다. 말해두자면 우리는 동업자로써 간것이지 절대 데이트가 아니올시다! 우리의 진짜 목적은 해변가에서 콜라를 빠는게 아니라 이른바 '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높은 산을 정복하러 간다'라는 거창한 목적이 있었더란말이다.
부킷빈탕을 빠져나와 LOT10에 있는 내셔널지오그라픽 숍을 들렸다가 모노레일을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서 짐을 모두 확인하고 캐리어를 끌고 나오며 정든 호텔을 나오니 진짜 그놈의 섬으로 가는구나 실감이 났다. (생각해보니 형은 그때 호텔 데포짓을 떼먹혔고 1년이 지난 지금도 받지 못했다고...)
수영복 샀다고 혼자 신났다.
마지막 짐을 챙기러 숙소로 이동
숙소 앞에 파는 맛난 팥빙수(?) 가게. 이름을 모르겠네.
호텔 앞이 KL 센트럴이다보니 공항으로 가는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캐리어를 돌돌 끌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면 차들이 주루룩 서있고 차마다 국내선을 표시하는 (LCC)가 있다. 우리는 에어아시아 사이트에서 버스편까지 함께 예약을 해서 프린트한 종이만 있으면 바로 탑승을 할 수 있으나, 직접 가서 예약 없이 돈내고 탈 수도 있다.
버스를 타고 자리가 남아보여 형은 뒷자리에 나는 앞자리에 자리를 넓게 잡고 앉아있는데 우리 근처에 어떤 가족이 탔다. 내 옆에는 그 가족의 아버지쯤 되보이는 분이 탔는데, 덕분에 심심하지 않게 공항까지 갈 수 있었다. 공항은 시내에서 약 40분정도 거리에 있는데 가면서 아저씨 딸이 슈퍼쥬니어를 좋아한다고 하며 가족 소개도 시켜주시고 껌도 주시고 이윽고 명함도 주셨다. 인도네시아에서 교수를 하고 계신 분인데 꼭 연락 드려야지 하고 있었는데 안타깝게 여행 막바지에 불미스런(?) 사건이 생겨서 명함을 잃어버렸다. (이 얘기는 나중에 하는 것으로 하고...)
에어아시아를 타고, 사바섬으로!
공항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말레이시아 전통음식인 나시레막을 먹고 간단한 체크인 후 코타키나발루로 향했다. 사실 2시간의 비행은 지옥과 같았다.
일단 비행기의 연착이야 그러려니 하겠는데, 활주로에서 조그마한 비행기를 타고 좌석에 들어서자 발디딜틈 없는 기내와 누군가 내자리에 앉아있다. 마피아처럼 생긴 아저씨가. 거기에 쫄아서 뒷자리에 잠시 캐리어를 올리려고 노트북을 뒷자리에 놓은것을 깜빡했는데 승무원이 이거 누구꺼니 해서 그때 알았다. 천년감수했다.
"아...저기 여기 내자린데?"
했더니 "여기 내자리다" 한다. (헐)
그래서 내가 예매 프린트를 보여주니 그제서야 비켜주더라. 근데 체구가 커서 2시간동안 낑겨 오다시피 했다. 사실 자리 지정하는것도 추가 요금을 내야하니까 당연히 컴플레인 하는것은 내 권리다. 저가 비행기의 서비스라, 그것도 강추라곤 말 못하겠다. 그냥 그럭저럭이었던 것 같다.
아 제발... 내 영어가 통했으면..
2시간의 비행을 거쳐 가까스로 도착한 코타키나발루는 말레이시아와 조금은 다른 느낌이었다. 조금 더 축축하다고나 할까. 그래도 고단한 몸을 이끌고 공항에 가니 세관원이 반갑게 맞아줘서 기분이 좋았다.
이제 호텔에 픽업을 요청해야하는데, 나는 정말 영어도 잘 못하지만 전화상으로 대화하는것은 더 쥐약이다.
들리지도 않는,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현지 랜드라인의 공포란. 돈을 가까스로 넣었는데 이게 전화가 되는건지 안되는 건지 전혀 알 수 가 없는 그런 공포다.
돈을 넣고 전화를 걸었더니 저멀리서 알 수 없는 영어가 들려온다. 내겐 익숙하지 않은 엑센트.
나 : "저기 나 픽업 좀 해줘야겠는데?" (라는 식으로 말했다)
호텔 : "너 이름이 뭐야?""
나 : "준영인데 스펠링은 이러쿵 저러쿵"
호텔 : "너 어딘데?"
나 : "플랫폼 4"
호텔 : "알았어 가긴 갈껀데 너 옷 색깔이 뭐야?"
나 : "나 새빨간 피케셔츠"
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는데 왠지 내 말 못 알아듣고 안 올듯한 포스가 풍겨왔다.
형은 너 엄청 긴장한거 아니냐고 약을 올리는데, 나는 머리속이 굉장히 복잡해져가고 있었다. 그래도 한번 기다려보자 하는데
저 멀리서 오는 흰색 봉고차.
"아 살았다!!!"
중국 화교계가 운영하는 것 같은 이 호텔, 보르네오 크라운 호텔인데 진짜 강추하고 싶다. 저렴한 것도 저렴한거라고 치자. 서비스는 진짜 끝내주더라.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우리를 태우고 호텔로 이동하면서 안도감에 이것저것 썰을 푼다. 우리 못찾는 줄 알았다는 둥, 여기 처음이다는 둥.
호텔에 가니 친절한 아저씨가 맞아준다. 카운터도 너무 친절했는데 다음날 우리가 산을 가야하고 터미널을 물어봤더니 아저씨가 친절하게 알려줬고 또한 우리를 위해 택시도 싸게 대절해주셨다. 가격은 한 30 링깃을 지불했다. (코타키나발루는 버스편보다는 택시를 이용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관광객 위주이기 때문인데, 그래서 부르는게 값이다) 보통은 40링깃 정도 소요된다. 키나발루 산으로 향하려면 이나남(INANAM)버스 터미널로 가면 된다. http://wikitravel.org/en/Mount_Kinabalu#Get_in 참고. 이곳에서 아침 일찍 터미널로 향하는 미니밴을 탈 수 있다.
우리는 로컬푸드 매니아. 근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고단한 몸을 이끌고 왔으니 샤워도 하고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로컬푸드를 먹기로 한다. 사실 세븐 일레븐을 가기로 했는데, 결국 찾지 못하고 근처 로컬푸드 음식점을 가서 짭잘한 치킨라이스와 함께 마일로 한잔에 몸을 풀어본다. 거기에 호텔 근처에서 간단하게 발마사지까지 받는다. 내일 제대로 일어날 수 있을까? 밥을 먹고 다음날 일찍 일어나 9시 30분까지 키나발루산까지 입장해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잠에 들었다.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그곳.
정상까지 갈 수 있을까? 기대감에 부풀어 잠이나 제대로 잘 수 있으려나 생각했는데 너무 피곤하다보니 바로 골아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