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은 애증의 도시이다. 비가 올 때 그 부슬비가 좋다가도, 일주일 내내 비가 계속되면 급격히 우울함에 휩싸이곤 한다. 홍차에 열광하는 영국. 왜 사람들이 홍차를 마시는지 나는 런던에 있으면서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비가 올 때 기름기 잔뜩 머금은 쿠키 하나에 홍차 한잔을 오후 네시에 먹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우울함에 당분은 늘 필요했고, 센트럴 히팅(난방)이 되지 않는 이곳의 유일한 보온 수단이 바로 홍차였던 것이다.
오늘은 날씨가 참 좋았기 때문에 오랜만에 밖으로 나왔다.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면 모든 런더너들은 공원에 나오는 모양새다. 영국의 날씨는 워낙 뭐같아 그나마 해가 쨍쨍 비추는 7-8월쯤의 여름이 되면 자외선을 온몸으로 맞고자 나온 런더너로 인산인해다.
집에서 빅벤은 얼마 걸리지 않는다. 버스를 타면 10분, 걸어서는 족히 45분정도 열심히 걸으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집 구하랴, NI넘버 등록하랴 정신없다보니 정말 여행자로써가 아니라 아 진짜 나 이 곳에 살러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나른하게 걷고 있으면 좀 외로우니까, 가끔은 친구들을 불러낸다.
관광객을 지켜보면서 뭐가 저렇게 즐거울까 시큰둥 해지는 모습이 되버리고 만다. 그런 일상을 계속하다 보니, 이게 진짜 적응되고 있는 단계구나 싶기도.
여기에 보이는 세인트 토마스 병원은 나이팅게일이 근무했던 병원으로 아주 유명한 곳으로 런던의 병원중에서도 아주 명성이 높은 병원이다. 그전까지는 그냥 건물이 허름해보여 보통 병원이겠거니 했었는데, 얼마전 닥터후를 보니 이 병원이 통째로 달(?)로 가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이게 그렇게 유명한 곳이었나? 생각해서 구글링을 해보니, 나이팅게일이 근무했던 병원이란다.
근처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보았다. 런던에 입성한 지 막 한달 쯤 되었을 무렵의 찍은 사진. 이때는 정말 아무것도 할 줄 몰랐고, 두려움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바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관광객'으로써 바람을 좀 쐬고 싶었는데 마침 햇빛이 쨍쨍, 바로 이때다 싶어 나왔다. 시간이 허락하고 날씨가 허락하면 앞으로도 종종 놀러와야겠다 싶더라. 다음은 어디로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