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집밖을 배회하면 할아버지 한분이 계십니다.
학교를 갈 때 올 때도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비가 올 때도 아파트 난간에 마련된 잡초를 골라내는 할아버지를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쓰레기장에서,
어제는 분리수거장에서 뵌 할아버지는
우리 아파트를 지켜주시는 환경미화 할아버지입니다.
제대하기 전에는 다른 할아버지였는데 제대를 하고 나니 다른 할아버지더군요
비가 와도, 먼 곳을 왕래해도 항상 그 곳에 계시는 할아버지에게 왠지 그냥 지나치면 무례일 것 같아 음식물 쓰레기를 비울 때 '박카스 한병'을 드렸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런 갑작스런 호의가 익숙치 않아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살짝 웃어주셨지요.
어머니는 그러시더라구요,
"너 혹시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나서 그런거야?"
.
아니라고는 말을 못했어요. 항상 할아버지가 생각나는 9월이 되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2000년 9월 말에 돌아가셨는데,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고 있네요.
그땐 제가 결혼하는 것 까지 보고 가신다고 했는데,
중학생 때 그만 제가 보는 앞에서 돌아가셨죠.
그땐 그게 너무 무서워서 학원으로 도망갔습니다. 이해도 안됐고 제 주위엔 부모님도 안계셔서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몰랐거든요. 119에만 연락해 놓은 상태였죠...
그날부터 항상 할아버지께 죄송했어요.
그러다 꿈에서 나와 그러셨죠
"난 그거에 대해서 아무 원망이 없으니 건강히 지내렴"
그게 고 3때였습니다.
그 이후로도 항상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살았어요.
그리고 요즘도 이따금 좋은말씀을 해주고 가시거든요.
생각해봤더니 모두가 소중했어요.
가족, 친구, 동네 어르신, 슈퍼에서 1초를 스치는 모든 사람.
아무튼 제각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면서 언제까지인지 모를 인생을 향해 살아가고 있잖아요. 최선을 다해서.
나중에 잘해야지 하지말고
지금 당장 손을 내밀어보는 건 어떨까요.
'박카스'한병의 힘은 의외로 대단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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