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언저리였나? 진안에 있는 박종석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준영아~ 언제 올거니~" 아, 맞다 숟가락도 찾아야하고 진안도 더 깊게 돌아본다며 진안을 다시 찾겠다고 말씀드렸었는데 겨울방학에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덕에 통 가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선생님! 설날 전주쯤에 연락드리고 갈께요!" 라고 말씀은 드려놨으나 사실 언제 갈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던 방학이었다.
시간은 다시 흐르고 흘러 일정이 어느정도 맞춰질때쯤, 그리고 사락눈이 살짝 내릴때 쯤 진안을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코트하나 주섬주섬, 그리고 출발했다.
우리집이 있는 평택에서는 진안을 가려면 크게 두가지 루트를 선택해야한다. 첫번째 루트는 경부선 기차를 타고 전주에 내려서 진안가는 고속버스로 환승하거나, 나머지 한가지 방법은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에 4번 있는 진안행 직행을 타는 법이다. 사실 그 방법 말고 다른방법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를 쭉 둘러보다가 왠지 대전으로 가면 버스편이 있을듯했다. 대전까지 가면 어찌저찌 도착하지 않을까? 그런데 오후 1시쯤에 도착한다고 말씀 드려놨는데 벌써 11시가 다 되어간다.
대전에 가면서 프로젝트를 하고 있던곳 과장님께서 연락이 오더니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소리에 여행가는 줄 대번 눈치채시곤 "야! 너 또 여행가냐" 한다. 언제부턴가 내 주위사람들은 내가 여행을 간다고 하면 어디쯤 움직이고 있는지 지금 여행하고 있는 중인지 다 안다. 그저 신기할따름.
대전에 도착해서 진안으로 가는 버스편을 보니 하루에 딱 2번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버스 중 한대는 이미 5분전에 출발한 상태, 아 이걸 어쩌나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가 그러면 진안이 일명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라고 불리는 곳이지 무주로 가면 어떻게 가는법이 있지 않을까? 김밥 한 줄 사서 무주로 무작정 떠난다.
무주로 가는길은 눈발이 더 세차게 내렸다. 고속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은 할머니, 알아버지 그리고 무주로 스키여행을 가는 사람들 등등 아주 제각각이다. 간만에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뭔가 알싸하고 정감있는 기분이 오랜만에 든다.
무주에 도착하자 오랜만에 정감있는 터미널, 그 앞에 졸졸 흐르는 시냇물 모두가 예전에는 자주 볼 수 있는 것들이었는데 이제는 서서히 추억이 되어간다. 그저 체크카드만 들고 떠난 여행이기때문에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무진장여객이라는 버스는 진안으로 바로 가는것이 없는 마을 구석구석을 들어가는 버스노선이었고 무진장(무주,진안,장수)각각을 연결하는 편은 대부분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가격은 4200원정도. 내 수중에 아까 김밥을 사먹었던 것 빼고는 한푼도 없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두리번 거리는 나를 보고 택시기사아저씨가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어본다.
"학생, 어디가는데 이렇게 두리번거려?"
"아 그게.. 사실은 현금이 없어서 어디 돈 뽑을 곳이 없나 고민하고 있어요"
아저씨는, 이 근처에 농협 하나로마트가 있으니 거기서 뽑으면 된다고 이런곳에도 ATM이 있다! 라며 안심시키신다.
정말로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보이는 농협 하나로마트. 그곳에서 돈을 충분히 인출하고 버스를 타고 진안으로 떠났다. 생각보다 무주에서 진안까지도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원래 1시까지 오기로 했던 애가 도통 오질 않으니 전화가 걸려온다
"어디니~ "
"죄..죄송해요 아직 진안으로 가는 도로에요!!"
진안으로 가는 길,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다. 제 시간에 도착하기엔 글렀다.
진안에 도착하자,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팸투어를 통해 살짝 지나친 시내인데, 더 깊숙히 들어가보니 전통시장을 육성하기 위해서 건물을 현대식으로 짓고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진안이라고 하면, 역시 홍삼의 고장이 아닌가? 예전부터 진안은 우리나라에 있는 고원지대로 홍삼과 배추등의 작물을 기르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우체국 사이에 난 길로 쭉 들어가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대대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전통시장 '문전성시' 프로젝트 사무실이 보인다. 박종석 선생님은 그곳에서 진안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계신다.
"이야~ 오느라 고생했어!!!"
"안녕하세요! 건강하셨어요??"
거의 3개월만에 만난 박종석 선생님은 머리가 조금 더 길렀을 뿐 처음 만났을 때 보다 더 얼굴빛이 좋아지신 것 같다. 진안에 오니 확실히 공기가 너무 좋다.
종석 선생님과 함께 향한곳은 공정여행 '풍덩'이 만들어진 곳. 풍덩의 사무실은 2층에 위치해있다. 풍덩 사무실에서 진안의 모습을 굽어볼 수 있는데 전체는 아니더라도 아늑하게 볼 수 있다.
"선생님 저번에 보여주신다고 했던 여행자 까페가 궁금해요!"
종석 선생님과 함께 간 곳은 풍덩에서 운영하는 까페. 까페는 마이산 후방에 있는 작은 분교를 개조해서 만든 자그마한 공간으로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데 안성맞춤이다. 종석선생님과 함께 도착한 까페에는 풍덩의 박동철 선생님도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아이구 오랜만이네~"
여전히 인상이 좋으신 박동철 선생님. 이제 뵙기만 해도 에너지를 팍팍 받는 것 같다.
선생님과 함께 녹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이리저리 시선을 돌려본다. 창밖으로 보이는 마이산의 두 봉우리가 참 예뻐보인다. 까페도 학교의 복도와 연결되어있어 잘 이용하면 아주 좋은 관광상품이 될 것 같다. 최적의 위치에 최고의 여행자 까페. 진안의 여행에 일조하게 될 이곳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까페를 나서서 다시 시내로 돌아오는데 진안의 시내가 빨갛게 물들어간다. 식사때가 되어 진안문화의 집에 계시는 김춘희 대표님을 오랜만에 만나뵈었다. 바쁜일이 많아서인지 컴퓨터에 얼굴을 파묻으시곤 일에 열중하고 계셔서 혹시 방해드리는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밝게 웃으시면서 반갑게 맞아주시며 시간을 내주신다.
"떡 먹으세요~! 방금 나온 백설기에요!"
마침 문화원에서는 강정마을에 대한 다큐멘터리 상영으로 갓 나온 백설기를 하나씩 나눠주고 계셨다. 따듯하고 맛있는 백설기를 한입 베어먹고 나니 마음이 따듯해짐을 느낀다. 백설기를 조금 베어먹고 식사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향해서 김춘희 대표님과 박종석 선생님과 함께 갈비탕을 먹는다.
"어이구 문화의 집에서 오셨네!~"
진안의 마을이 작아서 그런지 마주치기만 해도 모두 동네사람. 박종석 선생님은 주위 어르신의 술잔을 받느라 정신이 없다. 식당에는 하하호호 즐거움이 계속되고, 사람들은 서로 반가움에 손을 부여 잡느라 훈훈한 풍경이 계속된다.
물론, 음식도 너무 맛있었다. 갈비탕이 너무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고 있는데 옆에서 동네분이 "같이 한잔 해요~"해서 한잔했다. 아, 정말 기분 좋은 진안이다.
문화원에서 나오는 강정마을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와 진안여행이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인기있는 여행지가 될 수 있을지 박종석선생님과 긴 이야기를 나눴다.
"자 여기 열쇠~!" 하며 쥐어주신것은 숙소의 키. 여기까지 왔으니 따듯하게 자야하지 않겠냐며 시내에 숙소를 잡아주셨다. 이런 감동이!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충분한데 말이다. 이러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지만, 기어코 쥐어주신 열쇠.
온기가 전해져온다.
진안의 밤은 저물어간다.
오늘의 추억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