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으로 향하는 길은 여전히 두근거린다. 굽이굽이 거슬러가는 도로도 예전모습 그대로, 도로를 스쳐 불어대는 바람도 그대로다.
바람이 생각보다 더 세차게 불어서 우리뒤에 차가 뒤집혀 전복사고가 난 것 빼고는 말이다.
겨울에 가는 횡계는 눈이 소복히 쌓여있다. 일본영화에서나 봤을법한 하얀 설원이 그대로 펼쳐져 있다. 길이 미끄러울 것 같아 걱정했지만 다행이 길이 잘 정비되어있어 삼양목장까지는 손쉽게 갈 수 있었다. 삼양목장에 도착한 시간은 벌써 점심을 앞두고 있는 오전 11시.
우리는 삼양목장까지 올라가기 전에 식사를 마치고 올라가는게 좋을 것 같아 근처 황태 음식점을 들렀다. 예상대로 사람은 바글바글 정신은 없지만, 창문밖의 설경을 마주하고 황태구이와 황태국을 먹는것은 정말 좋은 선택이었던 듯 싶다. 안그래도 아침도 너무 일찍 먹어서 그런지 살짝 허기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나와 드디어 삼양목장에 닿는다. 삼양목장을 눈이 없는 겨울에 한번, 여름에 한번, 눈이 아주 많이 온 오늘 이렇게 총 3번을 방문하게 된다. 또 다른모습의 설원의 모습은 입에서 탄성이 나올 정도로 멋진 풍경이었다.
얼마나 눈이 많이 왔는지 발을 딛으면 발목까지 폭 잠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끝없이 펼쳐진 하얀 평원은 말을 잇지 못하게 한다. 같이 간 사람들이 사진 동아리라 다들 반사판을 이리저리 대며 화보사진을 찍는다. 눈이 워낙 하얗다보니 반사판은 그저 거들뿐인가...
암튼, 나도 예전의 기억을 되살리며 눈이 없는 초원에 살짝 걸터앉아 바람을 세차게 맞아본다. 정신차리라고.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열정은 다 어디로 갔냐고, 그렇게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항상 대관령에 오면 많은 것을 깨닫고 돌아간다. 처음에는 내 인생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고, 두번째는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지. 그리고 이번엔 그동안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한 중간정리와 나를 다듬는 그런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풍력발전기가 그림자를 그려대는 그 궤적아래 서서 몇분동안을 멍하니 대관령 줄기만 쳐다보다가 이제 살짝 추워지기 시작한다. 햇빛을 씨게 받으며 차안에 타서 잠시 밀린 잠을 청한다. 그렇게 우리들은 한 4-5시간은 대관령에서 내려올 생각을 안했다.
"야 너 뭐야아아아 거기 혼자 갔어? 부러워!" 라고 J에게 문자가 온다.
J는 한 5년전, 바람불고 기상이 좋지 않을때 가면 더 좋다는 말을 철썩같이 따라 내복을 입고 홀로 대관령을 간 여학생.
아예 가서 큰 깨닳음을 얻고 돌아왔고 아직도 잊지못한다. 우리들은 알고 있다. 이곳이 주는 의미가 풍경말고 다른것도 많다는 것을.
다음에는 꼭 봄이나 가을쯤에도 와보리라 다짐하고 우리는 다시 돌아갈채비와 함께 입구로 향한다. 입구에서 간단히 군시절이 생각나 뽀글이를 먹고 각자의 차에 나눠 타고 서울로 가는길.
우리는 그냥 서울로 가는게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였다.
"그럼 우리 남한산성이나 갈까요?" 다른 팀은 여주프리미엄 아울렛에 간다기에 나온 제안에 여행에 대한 아쉬움까지 더해서 나온 솔루션이다.
나는 거기에 대고 신나서 소리쳤다 "와!~~ 저 거기 한번도 안가봤어요!!"
원래는 신갈에서 꺾은다음 서울로 향하려 했는데 우리는 강동쪽으로 차를 돌려 무작정 남한산성으로 간다. 처음 가 본 남한산성. 그곳에서 보는 서울의 야경이 그렇게나 예쁘다길래 기대를 잔뜩. 게다가 남한산성에 오늘따라 사람이 별로 없어서 더 좋았다. 랜턴도 없이 더듬더듬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도착한 그곳은 생각보다 더욱 멋진 곳이었다.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형들은 약간 날씨탓에 뿌옇다고 했지만, 난 신나서 연사질을 똭. 성곽이 만들어내는 길은 정말 언제봐도 아름답다. 수원성도 돌아본 적이 있는데 남한산성은 거기에다 야경까지 더했다.
전화가 울린다. 남한산성에서 내로오는 길에 각자 헤어졌다가 다시 강동에서 만나 저녁먹고 헤어지잔다.
여행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마음이 잘 맞아서 헤어지는게 아쉬웠는데 우린 다시 모였고 K형의 신들린 고기굽기와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그들을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만나고 있다. 다음 여행이 또 있다면 침대를 박차고 나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