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바다와 어뮤즈먼트 중심으로 광양을 돌아보았다면, 이번에는 좀 더 내륙에 위치한 계곡을 돌아볼 차례인듯 싶다. 서커스를 관람하고 이동한 곳은 바로 섬진강을 따라 예쁘게 조성된 광양 매화마을. 봄이 되면 하얗게 서리내린 것 같은 풍경에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이곳은 매우 유명한 관광지이기 때문에, 봄철에는 발디딜 틈도 없다.
매화마을에는 '청매실 농원'이라고 불리우는 명인 홍쌍리 여사가 직접 일군 유명한 매실농원이 있다. 워낙에 매스컴에서도 유명하신분이기에 궁금했는데, 운이 좋게도 직접 만나뵙고 그분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가스나가 처음 진해에서 이곳까지 시집을 와서 세상에 전부 컴컴하고 밤나무만 즐비해서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진해에서는 항상 4월이 되면 벚꽃축제를 하는데 그 꽃이 얼마나 이쁘던지 그때부터 11년동안 묵묵히 벚나무를 길렀지. 산에 온갖꽃들이 자기맘대로 생긴게 정말 많았는데 그중에 백합이 하나가 눈에 띄었던거지. 너나 나나 왜이리 신세가 비슷한가 그래도 너는 그 향이 정말 강해서 그곳을 뒤덮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던거야. 그 냄새를 맡다보니 사람이 너무 그리워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 너무 아름다운 이런곳에 내가 천국을 만들어서 세상사람들을 보듬어야겠다. 그렇게 생각했지. 그게 24살 여름이었지.
생전해보지 못한 것들을 4년 7개월동안 다시 밤나무를 베어내고 토지를 닦고 이곳을 조성한거야. 여자 혼자서. 그렇게 만들어 놓으니 프랑스에서도 너무 꽃이 이쁘다며 오더라. 그 촬영팀이 말하길 각 나라에서 아름다운 곳을 찾아 오다보니 여기를 찾게 된거지. 그 이후로 방송복이 있는지 21년전부터 시작해서 대만, 싱가포르, 중국 많이 오더라니까. 제일 많이 오는 곳은 역시 일본. NHK. 거기서도 많이오고 연예인들도 많이 찾았지.
처음에는 방송을 타다보니 말을 잘 못했는데, 많이 방송하다보니까 이제 좀 익숙해졌어. 나중에 되니까 이제 리포터에게 "넌 이렇게 물어봐라 난 이렇게 대답할께"하며 프로가 되었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기를 찾아주니 정말 꽃 잘 심었다. 생각되더라고. 그 다음부터 서울대부터 육사까지 많은 강연까지 하게 되었어. 육사에 가면 명언 명사라는 책을 항상 발간하는데 그중에 한 페이지를 맡기는거야. 거기에 보면 정말 국회의원부터 많이 배운 사람들이 빼곡한거야. 어렵겠다고 고사를 하다가 석줄이라고 써달라고 하더라고. 그게 어디 쉬운일인가? 내가 책을 읽다보면 가슴에 박히는게 없어. 그러다가 정말 짧은 내용에 심장속에 들어가있다가 너무 힘들적에 말을 꺼내볼 수 있는 것을 글귀를 쓰고 싶었어. 그래서 20대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내 영혼을 불태워라" 였지. 안될게 뭐있어. 여자라고 안될게 뭐 있어. 한번 질러보자! 했지. 적당한 파도도 넘어봐야하는거지. 정말 안될게 하나 없다고 생각해.
난 국민학교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난 글을 볼때도 500번은 봤어. 내가 못배웠기 때문에 노력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거지. 클린턴이 쓴 글, 명사들의 글을 읽어보고 노력하는거지. 난 설렁탕은 안먹어 왜냐구? 설렁설렁 하기 싫어서. 그렇게 마음가짐을 가지니까 다 되더라고.
요즘 젊은이들은 꿈이 너무 없어 내가 이루고 싶은건 된다고 생각하고 하는거야. 몸만 성하면 못 이룰것이 없다고 생각해. 내가 대학가면 무슨얘기를 하는지 알아? 여러분은 교수님이 시킨대로 하는것만 하면 2등밖에 안됩니다. 하지만 이 교수님들이 시킨것, 알려준것에 자신의 양념을 더하면 1인자가 될 수 있다고. 난 그렇게 말해왔어.
내가 왜 이렇게 말하면, 얼마나 좋은 가정, 교수님 , 이 좋은 시대에 왜 걱정인가. 인생은 파도가 있기 마련. 그걸 넘어서는 재미도 있지 않겠는가?
젊은 시절을 자신의 생각과 비전을 가지고 영혼을 불태운 덕분에 지금의 청매실농원이 있지 않았을까 한다. 청춘들에게 '불안'은 하나의 특권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파도넘듯 조금씩 헤쳐나간다면 밝은 미래를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우리는 20대를 살아오면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가, 혹은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영혼을 불태울정도로 무언가에 임해본 적이 있는가.
묻고 싶은 대목이다.청매실농원 뒷편으로 가면 대나무로 우거진 숲이 나오는데 이곳은 워낙에 유명해서 유인촌 전 문화관광부 장관부터 많은 유명인사가 거쳐간 길이다. 그곳을 나서면 농원의 진풍경이 펼쳐지는데 매화가 피지 않았던 여름날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풍경과 섬진강을 굽어보고 있는 팔각정까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 책을 쓰면 정말 잘써진다는 여사님의 말을 들어보니 그럴법도 하다.
워낙에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이곳은, <학마을 사람들>을 영화화하여 '천년학'으로 재탄생시킨 임권택 감독님의 작품의 촬영지, 서편제와 다모로도 유명한 촬영지라고 한다.
농원을 쭉 둘러보면서 모두들 꼭 내년에 커플이 되어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는 솔로들의 절규, 그만큼이나 아름다운 풍경과 섬진강을 품에 안은 이곳은 홍쌍리 여사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내듯 앞으로도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내려오는 길에, 돌에 조각하는 아저씨를 만났다.
우리가 올라가는 길에도 '이 학생들은 뭐하는 학생들인가'라는 궁금가득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계셨는데 마침 내려가고 있을때 조각을 계속하고 계셔서 여쭤봤다.
"아저씨! 이 조각은 어떤 그림이에요?"
날이 너무 덥고 땀으로 샤워하신 아저씨, 솔직히 더운데 짜증내실법도 한데..
정말 즐거워서 일하고 계시는 표정으로 한껏 웃으며
"아~! 이거! 개구리야!~ 이 큰건 암놈이고, 쩌기~ 저 옆에는 숫놈!"
아저씨의 미소에 더위도 싹 날아가졌고, 더불어 홍쌍리 여사의 말씀과 아저씨의 행동과 미소가 오버랩되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