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시내를 쏘다닌 탓에 당연히 늦게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로비로 나오니 이미 다들 식사를 다 마쳐가는지 우리에게 허용된 빵은 몇 점 없더라. 일단 씨리얼을 있는대로 말아먹고 남은 빵을 데워서 아침을 대신했다.
그리고 나서 일찍이 와이파이를 돌려보면서 말레이시아에서 숙소를 찾아보고 있었는데, 다행이 평가도 좋고 깔끔해 보이는 곳을 찾아 예약을 해놓고 계좌로 돈을 넣었다. 그리고 메일을 확인하는데 이거 참 난항이다.
왜냐면 사실 이 탐방을 끝내고 나서 우리는 자비를 더 들여서 코타키나발루 섬에 있는 키나발루 산 등산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한국에 있을때 보니 사람들은 여행사를 통해서 가는데 자그만치 인당 80만원을 들여서 가는 것이었다. 우리는 돈도 없고 대행도 맡기기 싫어 전부다 혼자서 준비했다. 결과적으로는 38만원으로 해결할 수 있었는데, 일일히 절차에 맞게 예약을 진행하다보니 중간중간 승인 문제가 생기고 결과적으로 카드가 승인이 되지 않아서 그쪽에서 서류를 계속 요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스캐너도 없고 직접 디카를 써서 서류를 찍어 PDF로 전환해서 보내는 번거로운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다른것은 다 일정을 조율할 수 있었지만, 이미 코타키나발루 섬까지 들어가는 비행기를 미리 예약했기에 일정변경은 불가피한 상황 그래서 계속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는 메일을 확인하며 불편한 마음으로 시장조사를 해야했다. 아따, 심장이 계속 쪼그라들어간다.
무튼 오늘 일정은 센토사섬. 일정이 빠듯하거니와 오후 5:50분경에 말레이시아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하기 때문에 좀 서둘러야했다. 하버프론트 역으로 가서 VIVO CITY L3으로 가면 센토사 익스프레스(Sentosa Express)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3.50싱달러에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갈 수 있는데 우리는 실로소비치와 멀라이언 동상이 목적이고 어트랙션을 이용하는 것은 하지 않기로 했다. 부상열차의 마지막 종점인 Beach station에 내려 오른쪽 코너로 돌아 실로소비치로 가는 트램을 타면 귀여운 방송과 함께 종착역인 실로소 비치로 향할 수 있다.
이렇게 조그마한 나라가 다양한 어트랙션을 만들고 섬 하나를 큰 테마파크로 만들어냄이 참으로 대단하다. 이곳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나 이벤트의 면면으로 봤을때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실로소 비치에서 살짝 돌아보다가 다시 트램을 잡아타는데 진짜 수영하는 사람도 있고 탈의실도 있고 비치로서 있을 건 다 갖춘 것 같다.
Imbiah station (임비아 스테이션)에서 내리면 13m나 되는 멀라이언 동상을 만나볼 수 있다. 센토사를 나와서 이제 공항으로 가기위해서 잠시 체크아웃시에 맡겨놓았던 짐을 찾으러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 그 전에 왠지 한가지 음식은 먹어야 겠다 싶어서 다시 클락키로 가자고 형을 조르고 졸라 야쿤 카야토스트에 들렀다. 카야토스트를 하도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기에 어떤건가 너무나 궁금했는데 드디어 먹어보는구나. 간장같은 것에 달걀반숙을 풀어 카야잼을 바른 토스트를 적셔먹는 것인데 정말 맛있었다. Set A의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고 같이 딸려나오는 다방커피같은 맛도 충분히 좋았다. 안그래도 많이 피곤했던 터라 카페인이 필요했는데 말이다.
숙소에서 짐을 꼼꼼히 챙기고 나서 우리는 직원에게 여기서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은 없냐고 물었다. 직원은 정말 힘든 코스일수도 있다며 지하철을 권했지만 형의 캐리어가 바퀴가 약간 말을 안듣기도 하고, 3번이나 다시 환승해야했던 터라 버스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숙소 오른편 정거장에서 타면 된다고 해서 빙빙 돌아 가까스로 버스를 잡아타고 형이 찾아낸 정보를 따라 알 수 없는 정거장을 향해 간다. 우리는 당당히 돈을 내는데 하아, 왜 이렇게 버스 시스템이 복잡한지 아니면 내가 멍청한건지 버스 기사 아저씨가 하는 싱가폴식 영어는 진짜 못알아 듣겠고 사람들은 우리 다 쳐다보고 짐도 너무 커서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고 진땀이 나는 줄 알았다.
어느정도 고가차도를 지나 다시 공항가는 버스를 갈아타러 길을 가로질러 간신히 공항버스를 잡아타고 창이로 떠난다. 창이로 가는 버스를 타면서 우리가 언제 이렇게 버스를 타보겠냐며 스스로 자위했다. 이때부터인가 우리의 탐방여행은 '철저히 현지인식으로'를 표방하게 된 것 같다.
창이 공항에 들어서서 우리가 말레이시아로 떠나게 되는 제 2터미널 입구에 도착해서 희영누나를 기다렸다. 사실 누나를 준다고 우리가 나가사키 라면을 준비해온 터였는데 깜빡했기 때문이었다. 스타벅스에서 누나를 만나 라면 증정식을 하고 우리는 비첸향 냄새를 맡으며 GATE로 향했다. 싱가포르 안녕,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때 다시 만나기로 하고 우리는 싱가포르의 즐거운 추억을 뒤로하고 말레이시아로 떠났다.
예상대로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비행기는 텅텅 비었다. 고작 50분밖에 되지 않는 비행이기 때문이다. 현지는 스콜이 대단하다고 하고 벌써부터 걱정이다. 인터넷 안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도 같이 오고 있다. 아직도 우리의 등산은 성사가 될지 아닐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그럼에도 극도로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내가 그 50분의 비행에서도 당당하게 "싱가폴 슬링 주세요" 한거 보면.
숲이 우거지고 도대체 도시라곤 있지 않아보일 것 같은 그런곳으로 비행기는 착륙을 시도했다. 진짜 열대우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착륙하고 있는 도중에도 역시나 비행기 창문에 물방울이 맻힌다. 아 드디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KL공항, 녹지율이 높은 공항으로 유명한 이 공항은 생각보다 깨끗하고 향기로웠다. 나라마다 독특한 냄새가 있는걸까 신기하기만 하다. 안내판도 드디어 다양한 언어들이 즐비하다. 말레이어를 쓰는 국가라서 그런가. 읽을 수 없는 글들 투성이에, 이곳저곳 기도하는 공간도 배치되어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나라의 인상은 세관부터 시작된다고, 내 여권에 도장찍어주는 사람이 정말 환하게 웃어주며 우리를 맞이해줬다. 한국에서 왔냐면서 웰컴투 말레이시아라고 한다. 정말 친절하다. 아 벌써부터 사랑에 빠지려고 한다.
공항은 꽤나 한산한 편. 우리는 현지 돈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내 CITY BANK 국제현금카드에서 어느정도의 돈을 현지 ATM에서 찾고 우리의 숙소가 있는 KLsentral 로 향하는 기차를 알아보고 있었다. 사실 여기서 어떻게 기차를 타는지 그런건 전혀 모르고 왔기에...
공항의 양쪽 끝을 보면 반대쪽은 Transit 일반열차, 반대쪽은 분홍색으로 Ekspress라고 써있다. 사실 가격차가 별로 안나고 그게 그거기 때문에 20분이면 시내에 도착하는 익스프레스를 타기로 했다. 안되는 영어로 익스프레스 티켓을 35링깃(12000원)에 끊고, 출발. 생각보다 너무 쾌적한 열차와 기차내에서 4G속도의 인터넷이 되는것에 우리는 까무러칠수밖에 없었다.
어라? 말레이시아 이런 나라였어?
우리 모두 충격을 금치 못했다.
나라 자체도 꽤나 깔끔하고, 수도라서 그런것인지 우리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밀린 일도 다 처리할 수 있었고 카톡이라던지 통화까지도 할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이윽고 순식간에 KLsentral에 도착했다. 모든 지하철 노선과 버스는 이곳을 경유하게 되어있다. 우리 호텔은 (http://www.hotelsummerview.com/) 섬머뷰로 잡았다. 조식을 포함해서 트윈룸이 약 7만원정도 근처에 Tun Sambanthan 모노레일역이 있어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는데는 문제 없었다. 호텔까지 가는데 호텔 이름을 물어보면 친절히 길을 가르쳐주던 사람들, 그리고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환대해주는 직원, 문 열어주는 직원들이 우린 참 그리웠나보다. 사실 싱가포르인들은 밝은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정 반대인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정말 친절했다.
어쨌건 우리는 배가 너무 고팠으므로 근처 현지인들이 먹는 밥을 시키기로 한다. 사실 여기 나라 말도 하나도 모르고 그냥 보고 쌀같은거 시키고 그랬는데도 왜 이렇게 맛있는건지 비싸봐야 우리나라돈으로 2천원 정도? 거진 4~5링깃이면 밥도 해결하고 여기서 많이 먹는 코코아 음료 네슬레 Milo 도 얼음 동동 띄워서 먹을 수 있다. 우리가 밥을 먹는동안 우리를 빤히 보는 고양이를 쓰담쓰담해주면서 우리는 이렇게 쿠알라룸푸르에서 첫날을 맞이했다.
근데 왠지 섬뜩한건 있다 왠지 오늘따라 눈 안보이는 맹인들이 우리 주위에 많은지.. 다들 어떤 사고를 한꺼번에 당한 것인지 어떤 범죄가 있는건지.. 온 거리가 맹인들이다. 이 동네 뭔가 수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