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습한 공기를 느끼며 일어나 맛있는 부페식 아침을 먹으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그닥 비싸지 않은 호텔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이 제법 괜찮게 나온다. 먹고 싶으면 먹고 싶은 만큼 양껏 먹는 시스템. 우리가 조금 더 빨리 일어났으면 더 많이 먹었겠지만, 말레이시아 시차에 적응하느라고...(시차 따윈 없지만..) 주섬주섬 주워먹고 일어나 근처 모노레일역 Tun sambanthan 역으로 간다.






호텔 근처에 있는 모노레일을 처음 타봤다. 주섬주섬 링깃을 넣고 플라스틱 승차권까지 받아든다. 우리의 목적지는 부킷빈탕. 말레이시아의 쇼핑타운 중 하나로 굳이 비교해보자면 우리나라 명동과 많이 닮아있다. 


일단 부족한 링깃을 더 뽑기 위해서 부킷빈탕역 아래에 있는 ATM에서 돈을 뽑은 다음 제일 먼저 부킷빈탕 역에서 내리면 똭 눈 앞에 보이는 거대 쇼핑몰(이라 부르고 메가 쇼핑몰이라 한다) 파빌리온에 가기로 했다. 파빌리온을 들어서니 중국 고서 어딘가에 나올 법한 용이 떡하니 중앙에 자리잡고 있고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매장규모 또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광활해서 참 당황했다.





사실 워낙 말레이시아 쇼핑몰이 이정도로 거대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때문에, 처음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몰랐다.

게다가 중국의 춘절기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무지막지하게 많았다.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이 곳 말레이시아도 화교들이 주 고객들이다. 워낙 구매력이 강하다 보니 그럴 수 밖에. 






"형 어떻게 하죠? 사람 너무 많다.. 일단 목이 마르니 커피부터 한잔해요!"


해서 들어간 곳은 말레이시아의 대형 커피 프렌차이즈 "OLD TOWN COFFEE" 스타벅스 만큼이나 이곳 동남아에서는 꽤나 유명한 프렌차이즈점이다. 






커피와 함께 달달하게 버터를 바른 마치 카야토스트같은 프렌치 토스트를 먹으니 한결 힘이 나는 것 같다. 일단은 말레이시아의 메가 쇼핑몰 줄을 쭉 세워놓고 동선을 파악해보기로 한다. 면세점 시장조사를 온 만큼, 대표 상품 몇개를 선정하여 평가항목을 만들고 분위기와 쇼핑동선,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들을 조사하기 위해 간단한 항목들을 가지고 차트를 만들어 냈다.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은 차로 5시간, 비행기로는 4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으로 오스트레일리아로 가는 승객들이 환승통로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공항이다. 싱가포르 창이보다 로컬브랜드들의 입점이 많았고, 중간 핵심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있는 구조가 아주 인상깊었다. 동선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고, 입점 브랜드의 위치를 찾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방문 당일 파빌리온은 새해 맞이 세일 막바지 행사였다. 굉장히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고, 프리빌리지 카드를 발급받으면 중복할인이 되어 당일 조사한 4개의 메가몰 중 가장 인기가 많다.









중국의 설날 '춘절'을 맞이하여 중국인 고객들을 위해 이렇게 인테리어를 해놨더라.





가장 중요한 것은 동선이었다. 메가몰인 만큼, 쇼핑에 지치지 않도록 중간중간 쉴 수 있는 공간을 배려해야 했고, 표지판과 구획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우리가 찾은 파빌리온 역시 마찬가지여서, 동선을 이리저리 체크해 본 결과 가장 구매고객이 많은 명품과 의류등은 3층까지 들어와있고 현지에서 생산된 물건이나 기념품류들은 가장 옥상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분위기도 매우 훌륭하고 이벤트도 많이 하고 있었으며, 우리가 가격을 물어보는 내내 응대가 친절했다. 사실 그 규모가 하루만에 다 보기 힘든 곳이다. 맨 윗층에 레이벤 선그라스 가격 비교하려고 올라갔더니만 식당가와 기념품을 파는 곳 뿐이다. 


웃긴게, 1층과 맨 윗층의 레이벤 선그라스는 서로 다르다. 적게는 20링깃, 많게는 50링깃이나 차이가 난다. 안경점 마다 세일 할인률이 달라서일 수도 있겠지만 한 쇼핑몰 안에서 그런 것들이 잘 관리되지 않는 것 같다. 마지막 층까지 돌아보고 나니 힘이 다 빠져서 간단하게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씩을 하고 마지막 날 말레이시아를 떠날 때 한번 더 방문하기로 한다.  










다음으로 우리가 찾은 곳은 바로 옆에 위치한 스타힐 갤러리. 들어서자마자 레드카펫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쭉 늘어서 있는 레드카펫을 밟으니 정말로 VIP가 된 듯한 그런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명실상부 '명품'만 취급하는 곳이고 그래서인지 약간 프라이빗한 느낌이 드는 곳인데 편안한 분위기와 붐비지 않는데다가 곳곳에 편안한 소파가 있어서 명품을 쇼핑하기 위한 사람들에게는 참 좋을 것 같다. 3층과 4층에는 유명한 음식점들이 있는데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한다. 





파빌리온이 대중적인 메가몰이라면, 이 곳 스타힐 갤러리는 특권층을 타겟으로 삼은 것 같다. 비록 두 곳이 맞닿아 있지만, 내가 만약 명품을 사야한다면, 내가 그만큼의 돈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스타힐 갤러리를 찾을 것 같다. 


매장을 1층부터 쭉 돌아보고 이곳을 설명하는 동영상까지 찍어내니 힘들어 죽겠다. 대략 시계를 보니 6시 30분정도가 되어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별로 끌리는 밥집도 없고 어디서 밥을 먹지 고민고민을 하던 중 형이 제안을 하나 했다. 아주 솔깃하게.





"야 우리 현지식을 먹자" 


현지식이라 하면, 우리가 어제 먹었던 그 포차같은데서 먹자는 것인데 안그래도 그때는 메뉴가 한정적이어서 좀 더 많은 현지식을 먹고 싶긴 했다. 그래서 형을 따라 스타힐 갤러리를 나와 아무데나 막 걸었다. 정말로 여기 사는 사람마냥 한 40분정도를 쭉 걷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같은 부킷빈탕인데도 조금만 걸어나가면 일반 식당들이 즐비하다. 중심을 바라보면 고층 빌딩 고층 건물인데 여기는 그냥 일반 가정집들이 즐비하다. 아무데나 괜찮은 곳을 정해 딱 앉아 우리가 좋아하는 마일로를 얼음 담아 시원하게 마셔주고,가격도 착하고 양도 많고 인심도 후한 현지식을 즐긴다. 나시 레막과 치킨라이스를 시켜서 맛나게 먹으니 이게 천국이 아닌가 싶다. 옆에서 현지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오늘 저녁만큼은 진짜 말레이시아를 느끼는 것 같다. 











식사를 하고 나서 동네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GPS로 모노레일 역을 찾아 돌아다녔다. 신나게 구경을 하면서 저녁이 되자 나름 선선한 공기를 느끼며 호텔로 돌아왔다. 세븐일레븐에서 우리가 필요했던 컨버터 하나를 사고, 맥주를 조금 사서 들어와 마셨는데 오늘 고생이 싹 가시는 것 같다. 출장다니면 이런기분일까 싶기도 했다. 우리는 일단 어떤 목적을 가지고 여행을 왔으니까. 


사실,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살것도 아닌데 가격을 물어보고 기입하고, 동선 체크하고 이것저것 설문조사를 하는것이 사실 쉽지는 않았다. 스트레스도 약간 받기도 하고, 조금 자유롭고 싶은데 하는 그런 기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저녁에 한잔 하는 거야 말로 기분을 다 풀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이겠지 싶었다. 



날짜

2015. 1. 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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