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 도착하자마자 조금씩 꼬여가기 시작한다. 태국땅에 뚝 떨어진것 까지는 좋았는데 계획을 그때그때 하느라 약간의 착오가 생기기도 한다. 일어나자마자 향하고자 했던 곳은 바로 담넌사두억이라는 수상시장이었다. 여행객의 불편을 최대한 줄여주고자 카오산로드에 있는 트래블 에이전시에 문의를 하면 아침에 데려가고 다시 카오산로드에 데려다준다.
담넌사두억 시장의 경우에는 미리 한국에서 입금을 하고 진행한 것이었지만 어제 늦게 도착하느라 표를 확인받을 수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도미토리 사장님을 만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침 8시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을까 에이전시 문은 닫혀있었다.
대체 이곳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전혀 모르던 나는 에라모르겠다 일단 버스를 타는 포인트는 알았으니 그쪽으로 가본다.
픽업 포인트로 나서니 많은 여행자들이 군을 이루고 있어 "여기서 담넌사두억 가는 차를 탈 수 있나요?"라고 물으니 그렇다고 해서 일단 기다려보라고 했다. 이윽고 흰 봉고차가 오고 직원은 탑승자를 일일히 체크하기 시작한다. 근데 모두가 하얀 종이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런거 없는데...
일일히 수속을 밟고 있던 직원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나는 하얀 종이가 없는데 어떻게 되는건가요?"
"어디서 샀는데요?"
"OOO 도미토리에서 샀는데요"
그렇게 얘기를 하니까 일단 타라고 한다. 버스는 내가 타자마자 출발했고 잘 가다가 중간에 멈춰 나에게 뭐라뭐라 말을 한다. 영어 악센트가 익숙치 않아 어안이 벙벙해진채로 정신을 가다듬어 다시 들어보니 너는 이차가 아니니 내리라 하는거 같다.
"저기 이봐요 한번 전화로 확인해주면 안돼요? 여기서 산거 맞다니까요" 하니까 어디로 전화를 막 하더니 결국 확인이 되어 떠날 수 있었다. 확인을 몇차례 하는 건 좋은데 나 때문에 차가 출발하지 못해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들을 견디는데 고욕스러웠다.
어제 조금 일찍 도착해서 흰 종이를 받아왔어야 했나 조금 후회 했다.
방콕을 벗어나 한 1시간 반정도를 달리니 조그마한 수상시장에 도착했다. 수상시장을 나서기 전에 사람들에게 스티커 같은 것을 붙여주는데 이상하게 나에게는 붙여주지 않았다. 이유는 모른다.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만약에 이 사람들이 내가 도착하지 않아 먼저 출발해 버린다면? 그래 나는 준비 됐어! 히치하이킹을 할 수 밖에! 라고 맘준비를 단단히 한다.
담넌 사두억은 굉장히 흥미로운 곳이었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도 볼 수 있고 왁자지껄한 그 분위기속에 에너지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여러군데를 돌아다니며 망고도 입에 한번 물어보고 전통공예품도 한번 보고 마음 편히 관광할 수 있는 코스였다.
바나나도 하나 사먹어보니 참 맛있다. 열대과일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이 망고스틴이어서 이곳에서 망고스틴을 그렇게 찾았지만 철이 아닌건지 아니면 다른곳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인지 알수 없지만 그래도 당도 높은 망고, 바나나를 먹어볼 수 있어서 그거면 됐다.
이곳의 재밌는 점은 사람들과 네고를 할 수 있는 점이다. 근데 여행자가 많아서 내게 많은 값을 부를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그런 것이 별로 느껴지지 않아 좋았고 내가 잘 웃어주니 상인도 적게 줄 것을 더 많이 주었다.
서비스를 받으려면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할 것 같다. 서비스와 재화를 주고 받기 이전에 우리는 인간으로써 서로를 마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인사성이 밝다는 얘기를 꽤 많이 들어왔는데 그 칭찬이 공부 잘한다는 칭찬보다 더 값진 칭찬이라고 부모님이 그러셨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숱한 아르바이트를 해보다 보니 알겠더라. 웃으면서 사람을 대하면 웃음으로 돌아온다.
뭐 알다시피 태국의 음식들은 주로 닭이 많고 고수가 꼭 들어가있다. 고수는 내가 꽤나 좋아하는 잎이라 항상 빼지 않고 먹는다. 돌아다녀보다가 너무 출출해서 인상 좋아보이는 아주머니를 만나 잘 통하지 않는 언어적 장벽을 웃음으로나마 극복해본다.
그렇게 혼자서 밥을 먹는데 옆에 어떤 태국 부부가 앉아 내가 혼자 밥먹는 것이 인상깊었던 것인지 아니면 뭔가 어설퍼보이는 여행자인 내게 뭔가 팁을 전해주고 싶으셨던 것인지 유창한 영어로 내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신다.
데이빗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아저씨는 태국의 공무원이신데 많은 여행자들을 만나오다 보니 영어가 자연스레 늘었다고, 그러시면서 내게 밥도 먹었으니 디저트를 먹어야 되지 않겠냐며 코코넛 밀크가 들어간 밥(?)을 사주셨다. 왜 사주시냐, 난 괜찮다 말씀드렸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영국을 가기 전에 이곳에서 스톱오버 한 이유와 아저씨의 두 아들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흥미롭고 인상이 좋아보여서 잘할 것 같다고 선물이라고 사주시는 거라고 했다.
처음으로 태국에 와서 태국사람들과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때 더욱더 느꼈던것은 내가 홀로 수차례 한국여행을 하면서 많은 한국사람들의 깊숙한 곳까지 보고 지혜를 얻을 수 있었던 것 처럼 내가 외국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서서 사람들과 이런 얘기를 하면 정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지구촌에서 사는 사람은 다 똑같다.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고 삶을 살아간다. 사람을 만나면서 치유하고 또 나아가고 하는 과정이 죽을때까지 계속되겠지만 사회적인 동물인 우리 인간들은 결국 홀로가 아니라 함께 가야한다. 여행을 홀로한다라는 내 블로그의 개념하고는 약간 아이러니하면서 의구심을 가지는 분들이 계실지 몰라 하는 이야기지만, 나는 혼자 여행하지만 결국 여행하다가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그런 기회를 더 많이, 쉽게 가지기 위해 혼자 떠나는 것 뿐이다.
아저씨와 이야기를 하다보니 거의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인상이 너무 좋아보여 부부사진도 찍어서 영국에 도착했을 때 보내드리기로 했다. 아저씨 정말 감사했습니다!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힘이 날 때가 있다. 저 사람들도 저렇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오늘은 또 집에가서 하루를 갈무리 할 것이고 내일 일나가기 싫어!라고 불평하면서도 또 이자리에 있으면서 어떤 이는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행복을 아니면 돈을 버는 즐거움으로 이 시장에 다시 통통배를 끌고 나타날 것이다. 목표가 어떻든 행복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게 따로 있는게 아니다. 순간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시장을 돌아보는 통에 자칫하면 같이 왔던 무리들을 잃어버릴 뻔 했으나 다행이 지각하지 않았다. 이제 이 마을에 있는 수상가옥들을 모터보트를 타고 돌아보는 여정이다. 운이 좋게 맨 앞자리에 올라타 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 수상가옥에는 정말 사람이 살고 있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것이 연기인지 아닌지는 굳이 구별하고 싶지 않다. 그냥 그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는 것만 볼 뿐이다.
한 15분 정도의 보트를 타고 나면 암파와 위험한 기차길 시장을 잠깐 들렸다가 다시 카오산로드르 돌아가게 된다. 어제 숙면을 취하지 못했던 이유에서 일까 약간 피곤해서 버스를 타자마자 그대로 골아 떨어져버렸다. 눈을 뜨니 어제의 북적북적한 그 카오산 로드가 아니다. 먹거리들이 펼쳐져 있는 뭔가 진수성찬 같은 느낌이다.
다시 카오산로드로 왔을 때 이제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왜 카오산 로드에 사람들이 열광하는지를. 긴 여정에서 돌아와서 맛난 것들이 준비되어있는, 그러니까 일하고 돌아왔을 때 진수성찬이 펼쳐지는 그런 마음을 갖게 해주는 보금자리라고 할까?
이렇게 오전 여정은 마무리 되었다. 자, 에이전시에 가서 다음은 뭘 할지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