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를 통해 담넌사두억 수상시장을 갔다가 돌아온 시각은 늦은 오후였다. 오후시간에 간단하게 가볼만한곳이 없을까 뒤적대다가 짜뚜짝 시장이라는 곳을 발견했다. 지하철을 타고도 닿을 수 있는 곳이지만 내가 있던 람부뜨리 로드에서 지하철 정류장까지 가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버스를 타는 방법을 찾아내보기로 했다. 일단 떠나기 전에 근처 에이전시에서 내일 콰이강의 다리를 가는 투어를 확인받는다. 오늘 아침을 생각하면 정말 심장이 쪼그라드는 경험이기에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인터넷을 알아보니 다행이도 람부뜨리에서 조금만 나오면 여행자 정보센터가 위치해있다. 그곳에 들어가 어떻게 짜뚜짝까지 버스로 가는지 물었다. 다행이도 한 30분정도 걸리지만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다고 했다. 여러장의 팜플렛을 챙겨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버스시스템은 꽤나 독특하다. 들어가면서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차장이 따로 있어 자리에 착석하면 다가와서 행선지를 물어본다. 간단하게 짜뚜짝마켓이라고 답을 하면 한 20바트에 짜뚜짝 시장까지 갈 수 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현지인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생각보다 외국인이 없는 노선인 듯 싶었다. 시간대가 애매해서 인지는 알 수 없지만, 꽤나 독특한 경험에 30분은 훌쩍 지나간다.
짜뚜짝 시장은 우리나라 남대문시장과 닮았다. 듣기로는 이곳에서도 꼭 사야될 물건이 있다고 하는데 제대로 현장조사를 실시하지 않아서인지 그런것은 잘 알지 못하고 시장을 탐방한다. 본래 목적은 사람들을 보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크게 내키지 않았다. 시장은 정말 넓어서 입구에 있는 지도를 참고하여 섹터별로 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길거리를 다니면서 시원한 음료하나를 들고 사방팔방을 휘저어 다녀본다. 어느정도 금전적인 여유가 있다면 예쁜 옷도 괜찮고 전통공예품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가격대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내가 짜뚜짝 시장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미술품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었다. 젊은 아티스트들이 그곳에서 공예작업을 하고 있는데 완전히 서양의 그것이 아닌 적절히 태국의 색을 가미한 공예품들과 미술품들이 많았다. 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곳이 아마 그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 많은 것을 시간내어 볼 순 없었지만 재밌는 경험을 했다.
짜뚜짝 시장에서 시암니라밋 전통공연을 보러 타일랜드컬쳐센터 역으로 출발한다. 시암 니라밋 공연은 태국에서 꼭 봐야할 전통공연 중 하나로 태국의 역사를 재연한 가치 높은 공연이다. 그 규모가 어마어마 하다고 하는데 가격도 천바트 정도로 적당하다. 시암니라밋이 연출되는 극장 근처에 조그마하게 민속촌도 조성되어 있어 시간이 남더라도 볼 것이 많다.
센터 1번 출구에서 나오면 이렇게 봉고차가 대기하고 있다. 예약증을 보여주면 바로 극장으로 출발한다. 봉고가 운영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미리 시간표를 보고 정해진 시간에 탑승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이렇게 도착하게 되면 극장에서 티켓팅을 해준다. 가슴팍에 스티커를 붙이고 돌아다니면 된다. 시암니라밋 공연과 부페를 함께할 수 있기는 하나 나는 그런 부페보다 카오산로드에서 파는 저렴한 음식들이 더 잘 맞기 때문에 디너 옵션은 제외했다.
시암니라밋 공연을 하기 전에 간단하게 민속촌을 돌아다녀 볼 수 있다. 아주 자그마한 규모이긴 하지만 전통 가옥들을 돌아다녀보는 것 뿐만 아니라 진짜 사람들이 그곳에서 작업도 하고 있다. 물론 관광객을 위해 만들어 진 것이긴 하지만.. 예전에 운남의 따이족 마을에서 봤던 그런 풍경들이다. 따이족이 태국 민족이기 때문에 그때를 떠올리며 무엇을 만드는 지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이곳에는 코코넛 밀크를 이용한 간단한 디저트를 맛볼 수도 있다. 그것도 무료로 맛볼 수 있기 때문에 하나씩 집어먹어보자.
시암니라밋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간단하게 출연배우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리허설 비슷하게 10분정도 공연을 한다. 화려한 장식을 한 무용수들과 출연진 중 하나인 코끼리도 함께 공연하는데 이게 굉장히 인상깊고 재밌었다. 끝나고 나면 사진도 찍을 수 있게 해줘서 재밌게 관람할 수 있었다.
시암 니라밋쇼는 태국의 흥망성쇠를 모두 다룬 드라마같은 쇼다. 직접 관람해보면 그 어마어마한 스케일에 돈이 아깝지 않다. 재미있는 점은 태국 국왕이 극 초반에 나오는데 모두 다 일어나서 경배를 해야한다는 점이다. 함께 경배를 하고 나면 태국이 다른나라를 침략하여 동남아를 호령한 이야기부터 지금까지 주변국과 태국의 역사를 한번에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캄보디아를 갈 계획도 있어서 그런지 앙코르 왕조가 나올때 꽤 집중해서 봤다.
극장에 분수쇼와 물이 흐르고 그곳에 배를 타고 왔다갔다 하기도 한다. 이정도 되면 어느정도 스케일이 짐작 갈 터, 태국의 쇼중에는 이 니라밋쇼와 함께 트랜스젠더쇼도 유명하지만 나는 역사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선택한 이 공연, 전혀 후회가 없이 잘 보고 나왔다.
다시 돌아온 카오산로드 거리, 어제 비를 맞으며 캐리어를 끌었던 이유에서일까 역시나 아직은 반갑지 않다. 이틀 내내 비가 오고 있는데 좀 비가 그쳤으면 하는 바람.
그래도 나를 위로하는 것은 바로 이 팟타이다. 정말 팟타이가 너무 입맛에 맞아서 평생먹었으면 할 정도로 시간만 나면 항상 팟타이를 찾았다. 거기에 싱하맥주 한병에 오늘의 여독을 풀어본다. 아직은 이틀째라 그런지 잘은 모르겠다. 카오산 로드의 매력을 좀 더 알려면 날씨가 좀 더 맑았으면 하는데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