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편서풍의 영향으로 서안해양성 기후입니다. 때문에, 여름에는 비교적 선선하고 겨울에는 따듯한 날씨를 보여주죠. 그래서인지 눈이 오면 아주 난리가 납니다. 심하면 교통이 마비될 때가 있고, 출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지각하게 되지요. 런던에도 첫 눈이 왔습니다. 바로 박싱데이에 말이죠.
박싱데이는 12월 26일 하루 영국에서 빅 세일을 하는 날입니다. 모두가 돈을 열심히 모아놨다가 아침부터 열심히 백화점에 진을 치고 쇼핑을 하게 되죠. 아침에 일어났는데 룸메 아비쉑이 겁나 깨웁니다. "야 로이!! 눈왔다 눈왔어!!!" 밖에 나가보니 다들 정원에서 소박하게 놀고 있습니다. 아니 그깟 눈이 뭐가 대수라고.. 라고 생각했는데 룸메가 인도에서 왔으니(뉴델리 사람입니다) 그럴만도 하다 싶습니다.
옆에 있는 학생은 충만이라는 친구인데, 영국교회에서 만난 친구입니다. 원래는 한인교회를 다니던 친구인데 전공은 신학을 공부중입니다. 나름 어프렌티스(견습생)겸 영국교회를 다니고 있는데 이때 친해진 친구네요.
보이시죠? 저의 몰골. 크리스마스 이브겸 알바를 빡시게 뛰어서 그런지 공휴일인 크리스마스는 아주 맥을 못추겠더라구요. 영국은 사실상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터 공휴일에 돌입합니다. 왠만한 슈퍼마켓과 레스토랑은 꼭 쉬게 되어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끽하는 휴일이라 그런가 해가 중천이 뜰 때까지 잠에 빠져 있었네요.
눈이 조금씩 내리다가 갑자기 비로 돌변하기 시작합니다. 원래는 아무데도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룸메가 옷을 사는데 심심할 것 같다면서 따라 나섰는데요, 전 사실 쇼핑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금방 지치거든요. 옥스포드 스트리트(Oxford street)의 백화점 중 하나인 셀프리지(Selfridge) 백화점을 다녀왔는데 명품을 구매하려는 줄이 정말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스파브랜드인 ZARA(자라, 스페인 발음으로는 사라), H&M, TOPSHOP의 경우에는 중동계 이민자로 보이는 무리가 캐리어를 끌고 다니면서 옷을 쓸어담더라구요. 정말 사려는 건지 아니면 되파려는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아, 명품매장의 주 고객층은 중국사람들로 보이네요.
저도 옷을 좀 건져볼까해서 갔었는데 티셔츠 한벌만 가지고 왔네요. 밟히고 더러워진 옷을 사느니 차라리 아울렛으로 가서 옷을 건져오는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내년 박싱데이는 카메라를 가져가서 더 찍어볼 요량입니다. 그때는 준비를 더 철저히해서 제일 비싼것만 노려볼까요? (아마 여행비를 모아야해서 불가능 할 듯 싶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