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걸으면
세상이 내 것 같고
사람들이 내 사람인 것 같고...
더 많은 상황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것들이 모두 내가 여태껏 여행하면서 느낀 교훈이다.
그래서인지 스쳐가는 인연보단, 동행하는 인연이 좋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여느때와 다름없이 7번노선을 타고 타임스퀘어에 내린다.

타임스퀘어에서는 애지간한 노선은 전부 있기 때문에 잠깐 졸아도 어쨌든 어디든 갈 수 있으니 참 좋다. 7번노선에서 다국적인 사람들을 헤쳐나오면 바로 보이는 다운타운 빨간 표지판, 1.2.3번으로 갈 수 있는 환승표시다. 그곳에서 아주 잠깐만 기다리면 빵빵 거리면서 달려오는 1번노선 지하철을 타고 나는 다시 South Ferry 역으로 간다. South ferry 역은 일전에 소개했던 만큼 스테이튼 아일랜드로 가는 사람들의 발이 되는 페리가 출발하는 곳이자 무료로 자유의 여신상을 볼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오늘은 약간 구름낀 날씨 덕에 빌딩숲이 약간 구름안개에 가려있다. 카메라를 장전하고 슬슬 위로 올라가보기로 한다.
 
내가 로어맨해튼에 거는 기대는 정말 다른거 없다. 바쁜 사람들만 보면 돼. 이거 하나.
뉴욕에 온 만큼 월스트리트는 바쁜사람의 천국이요 열정적인 사람의 집합이다. 그런 월스트리트로 떠나서 열정을 내 가슴속에 담아 두고 오면 되는 것이었다.
위로 스믈스믈 올라가면 많이 보이는 미국 국기들 사이로 왓슨 하우스가 보이고 조금만 더 올라가면 미국에서 최초로 만들어 졌다는 공원 Bowing Park가 보인다(여기서부터 브로드웨이가 시작한다). 워싱턴,보스턴에서 숱하게 봐온 가짜같은 생화가 이 곳에 활짝 만개해있고 왠 힘껏 똥꾸녕을 하늘로 쳐 든 황소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일단 올라가는 방향으로 가다보니 먼저 보이는건 황소 뿔이 아니오, 궁뎅이 부분이다.




정말 엄청 많다. 뭐가 많냐구? 관광객이 장난 아니게 많다. 오전 10시만 넘어가도 대부분 관광객이 황소를 가지다 시피 한다. 아무래도 뉴욕에 왔다! 라고 증명 할 수 있는 기념사진 촬영의 최적지이니 그럴 듯. 나도 황소와 함께 사진을 찍기로 했는데 황소 뿔을 만지면 뭔가 좋은 일이 있다고 전해져 뿔을 만지면서 사진을 찍는다. 

처음에는 관광객이 많아 외국인에게 부탁했는데 찍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도망가 버려 이번에는 프랑스 부부에게 부탁했다. 프랑스 부부가 아주 멋지게 찍어주어 나도 찍어주겠다고 해서 프랑스 부부도 찍어주려 하는데 왠 한국 아주머니들이 많은지 프랑스 부부를 자꾸 밀쳐내어 "아줌마 찍고 이 분들 좀 찍을께요!"라고 크게 한마디 했더니 그제서야 양보를 해주신다. 
외국에서도 에티켓을 지켜야지요 아주머니들.



땅거미가 서서히 지려하는 오후가 다 되어간다. 슬슬 허기가 지는데 주변에 둘러봐야 온통 그냥 밴더 뿐이고 제대로 먹을 곳이 없다. 어제부터 샐러드가 너무 먹고 싶었다. 아무튼 일단은 좀 참고 샐러드를 먹어보기로 한다.

Bowing park 를 지나면 옆으로 웅장한 뉴욕은행이 보이고 바로 트리니티 성당이 있다. 트리니티 성당에 들어가니 미사가 있는 모양, 신부님이 조용히 예배를 드리고 계셔서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잠시 구경을 했다. 그런데 관광객들이 조금씩 들어가서 예배를 같이 드리는데, 같이 드리고 싶었으나 내가 드리러 들어갈 즈음 해서는 이미 끝나버릴때여서 포기하고 그 엄숙한 장면만 눈에 담기로 했다.


로어맨하탄 걷기 중 만난 트리니티 교회



트리니티 교회를 나오면 바로 눈 앞에 보이는 곳이 그 유명하고 유명한 월스트리트다. 이전에 이곳에 예전엔 벽이 쳐져있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인데, 이곳에 우리가 아침 뉴스에서 항상 접하는 미국인들 거래하는 곳, 바로 증권거래소가 이곳에 있다.


이곳은 원래 9.11테러가 나기 전까지는 관광객의 입장이 허용되었던 곳이었는데 그날 이후로는 입장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 Federal hall로 향한다. 이곳에는 최근 리노베이션을 거친 곳으로 일종의 미국 독립역사 박물관처럼 인식 되는 곳이다. 워싱턴에 있는 문서들의 복제본이 보기 좋게 전시되어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듯 한데, 이곳을 최대로 이용하는 방법은 입구에서 왼쪽으로 꺽으면 있는 뉴욕 가이드맵들이 정말 다양해서 뉴욕을 처음 여행할 때 이곳을 들린다면 다량의, 최고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여기에 있는 자료들은 대부분 워싱턴에 있는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복사본이다)
일종의 월스트리트 뉴욕 인포메이션 센터다. 사실상.
이건 정말 진실된 정보다.



그 앞에 계단에서 식사를 하시는 우리의 뉴요커들의 자유로움과 대조되게(물론 이분들이 뉴요커가 아닐 가능성도 있다 가끔은 여기서 집회나 시위를 하기도 하는데 오늘도 역시나 시위를 하는 분들이 계시다. NYPD님들도 속속히 등장.


먹을걸 찾기위해 두리번 대는중에 만난 트럼프 타워와 다시 만난 트리니티 교회



나는 뭐 먹을게 없나 하고 두리번 대다가 항구 쪽으로 이동해보면 뭔가 있을가 싶어 쭉 가보는데 역시나 halal food 밴더나 핫도그 점만 무성하다. 항구로 갔더니 우리의 뉴요커 누나들이 신나게 선탠을 하고 계신다. 그다지 따닷한 느낌은 아니고 좀 쌀쌀한데 승리의 뉴요커들!!

다시 월가로 들어가서 뭐 먹을게 없나 계속해서 해매다가 골목 구석에서 DELI를 발견, 아까 Federal hall 계단에서 샐러드를 먹던데 다 여기서 사온 듯 하다. (wall st, exchange st가 만나는 곳 오른쪽) 샐러드를 실컷 담아 보려 시도를 해보지만. 실패, 점원이 직접 담아주는 방식이다. 소호에서 먹은 이후로는 처음 먹어보는데 기대를 하고 볼을 하나 준비해서 짧은 영어로 오렌지 담아달라 상추 담아달라 애를 써본다

"(영어로) Yap. this please"
너무 많다 싶으면 "a little!! a little!!! no no so many "
...
답답해죽겠다
나도 모르게 한국말이 튀어나올라고 그런다.
" 아 저기요 요로코롬 많이, 아니 좀 적게, 됐어 거기까지!!!"
남들이 보면 샐러드 보고 실랑이 하는 줄 알겠다. 아무튼 그렇게 점원이랑 소꿉놀이 하고 나서 계산을 한다. pound당으로 계산하다 보니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비싸지 않다. tax합쳐 3.80달러 정도를 지불했다.

볼에 가득 맛있는 샐러드를 들고 나와 햇살을 맞으며 월가에서 샐러드를 우걱우걱 먹어본다.
'아 정말 잘 담았어!'
'환상적인 채소들과 과일의 조합이다.'
스스로 자화자찬중.




사람들도 먹는게 복스러워 보이는 듯(?) 실컷 채소먹는 돼지 구경을 해주신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나서 쭈욱 위쪽으로 올라갔다. 계속 올라가다 보면 갑자기 큰 공원이 하나 나타나고 뭔가 대단한 공사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의 바리케이트가 크게 쳐져있는데 여기가 그 미국의 아픈역사 WTC ZONE이다. 흔히들 GROUND ZERO라 부르는 이곳, 지금은 새로운 건물 짓기에 한창이다. 이 쪽에서 부터 철창살이 시작되는데, 수만구의 시체들을 포함한 뒷정리만 몇년이 걸려서 공사를 시작한지 몇년 되지 않았다고 하니 참 마음이 착잡하고 아프다.


아픈역사들.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다.
중학교 2학년때 정확히 영어시간에 미국에서 높은 빌딩에 대해 배웠었다. 월드트레이드 센터는 쌍둥이 빌딩이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두번째고 등등 그렇게 배웠는데, 무려 1주일 뒤에 배웠던 그 빌딩들이 무너지는거다. 우리 반애들은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었고, 내내 그 충격적인 기억이 가시지를 않았다.

여전히 그 곳에는 그날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미국인들과 전세계인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었고 바로 옆에 붙어있는 세인트 폴 성당에는 그들을 추모하는 예배와 여러 메세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참 안타까운일이 아닐 수 없다. 그 피해자들이 성당에서는 웃고 있는데 지금 그들의 지인과 부모들한테는 얼마나 씻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에 살짝 기도를 해봤다.

미국 경제의 상징이라는 로어맨하탄을 거의 빠져나오다 시피 하면 마치 GOOD BYE 사인처럼 두가지가 보인다. 

그 두가지는 일종의 기념품 몰처럼 크게 우뚝선 센츄리 21과 몇블럭만 더 가면 보이는 시청 앞이다.

센츄리 21은 정말 맨하탄에서 조금만 돌아다녀도 그 가게가 프린트된 봉투만 몇 십개가 돌아다니는 거대한 쇼핑몰이다. 우드버리처럼 명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속옷과 구두, 혹은 디자이너 정장을 이곳에서 싸면 싸다. 정말 우드버리보다 CK속옷이 싸다. 그렇지만 디자인이 정말 다양하지 않다는게 흠이다. DKNY도 Theory도 있지만 약간 빈약한 편.
레스포삭 팬이라면 한번 가보시길. 15불이면 괜찮은 색 하나 건질 수 있을 것이다. 아주 간단하고 이미 일반화 된 팁을 전해주자면 7시 30분에 개장하는 시간에 가는 것이 좋을 거라는 것, 사이즈도 정말 다양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헤집어지지 않아서 고르기 좋을 것이다. 아무튼 이곳에서는 빠른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으니 준비 단디하고 총알 단디 충전하고 가시는것이 좋다.


센츄리 21을 나와 로어맨하탄을 걷는 길.


그리고 이제 미국 경제 구역은 여기서 바이바이에요~ 라고 말하고 두번째 플레이스
시청이다.

시청으로 가면 정말 깔끔한 시청 앞 광장 (어느나라에도 시청 앞은 깨끗하다)을 볼 수 있고 멋진 공원도 조성되어있다. 그리고 바로 브루클린 브릿지도 있으나 브루클린 브릿지는 꼭 해 질 30분 전에 가는 것이 제일 아름답고 예쁘다. 물론 시청에서 브루클린으로 가는 것 보다는 브루클린에서 시청방향으로 건너오는 것이 좋다.(저번에 이야기 했듯이)

시청에서 미국 경제 구역을 보내버리고 한 4개의 스트리트는 무방비 상태로 조용한 스트리트다. 밴더들도 장사가 참으로 안되는듯 이곳저곳 자리를 옮겨다닌다.


시청앞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걷다가 서서히 한자간판을 마주하게 되면 당신은 이제 전 세계 어디에도 꼭 존재하고 있는 차이나 타운에 가까워졌다는 증거다.

사실 나는 차이나타운을 밥먹는 용도 빼고는 별로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일단 일전에 진짜중국을 갔다왔던 것도 있겠거니와 요즘들어 특색이 많이 사라지고 가짜명품시장으로 둔갑하고 있는데다 정신이 없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캐널스트리트의 면면들


자 식사중엔 죄송하지만 뉴욕 지하철의 상태는 이렇다...


벌써 도합 3번째 방문인데 가짜 명품시장만 돌아보는데도 시간이 넉넉치 못하다. 그정도로 규모가 크다는 말씀.
Canal st. 로 표현되는 이곳 차이나 타운에서는 중국음식과 아시아 음식 대부분을 저렴한 가격으로 먹어볼 수 있다. 여기서는 핫도그와 nut4nut(꿀에 볶은 땅콩)을 1달러면 먹을 수 있다.(다른곳은 2달러, 거의 반가격).

내발로 직접 걸어본 로어맨하탄은, 미국 경제의 중심이자 발빠른 뉴요커들의 집합체였다. 사람들은 모두 제각기 정신없이 무언가를 향해서 자신을 발산하고 있었다. 이곳을 가기전에 생각했다. 뉴욕 사람들의 열정을 마음속에 담아오겠노라고, 물론 내 마음속엔 그들의 열정을 담아왔지만 조금 안타까웠던건 사람들의 눈빛에는 여유가 없어보였다. 허둥지둥 앞으로만 달려나가려고 하고 정작 자신을 위해서 투자하는 사람들은 그 곳의 주민도, 정착인도 아닌 관광객뿐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없이 꿈만 쫒는 마라톤은 과연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내 대답은

"아니오, 차라리 그런 꿈이라면, 차라리 여유를 택하겠어요"

그래 차라리 더 큰 여유를 찾고 그 여유에서 조그마하게 꿈을 키우는 편이
훨씬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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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만 하셔요 !! (빨간 색은 사진에 나온 포인트 지점입니다)



간혹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서요 ^^ 어떻게 그 길을 기억하고 그리냐, 하시는데 저는 이렇게 지도 위에다가 기름종이를 덧대서 길을 표시할 수 있는 다이어리를 가져갔습니다.일차별로 길에 계속 샤프로 그리고 확정되면 볼펜으로 그리구 했답니다 제품은 몰스킨 NEWYORK 다이어리구요, 참 유용하게 '선물' 받아서 잘 썼지요(P군 고마워!)

그리고 지도 작업은 구글에서 뗘다가 포토샵 없이 ONLY 파워포인트서 작업했습니다. 제가 군시절 작전병 출신이라 작전계획 짤때 지도에다가 요도는 기가막히게 그렸거든요 ^^
이 팁들은 나중에 여행의 비기!에서 알려드리도록 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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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0. 8. 3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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