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en Camino #12. 나는 과연 내려놓았을까?

01/06/2014 (Day 5) Puenta de Reina -> Estella 이렇게 잠을 편하게 그리고 따듯하게 자본게 참 오랜만이다. 아침이 보는 Puenta de Reina 는 그 어떤 풍경보다도 조화로웠다. 오늘은 어제 만난 기봉이와 함께 걸었다. (아름다웠던 Puenta de Reina 앞에서 한 컷, 배낭위에 왠 봉지같은건 보카디요를 위한 바게트빵) "오늘 걷다가 혼자 걷고 싶음 말씀하셔도 되요" 혹시나 누가 될까 먼저 말해주는 기봉이. 억지로 권하는 배려가 아닌, 정말 우러나와서 하는 배려는 정말 듣기 좋다. 항상 남이 까미노에 오게 된 계기를 듣기만 했지 내 이야기를 해 볼 기회는 없었던 것 같다. 간만에 내 여행이야기를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한다. 훨씬 마음 속 감정을 전달하기 좋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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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13. 한국 여고생인줄 알았어!

01/06/2014 (DAY 5) Puente de Reina -> Estella 까미노에서 마주치는 마을은 오아시스와 다름이 없다. 이런 마을에서 딱히 하는게 있어? 라고 묻는 사람이 있을거다. 오아시스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렇게 예쁜 마을들을 보는게 꽤나 쏠쏠하다는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을의 골목골목들은 순례자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준다. 순례자들은 그늘도 없는 이런 길들을 계속 걸어나가야 한다. 그러기에 중간에 나오는 마을이 그렇게 고맙다. 마을에서는 아침일찍 나보다 먼저 떠난 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 함께 까페 콘 레체 한 잔 마시면 정말 큰 힘이 된다. 그러기에 늘 지도를 보며 언제 마을이 나올지 기대하게 된다. 마을에서 살짝 목을 축이고, 오늘의 목적지 에스테야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큰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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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7. 가족을 잃어버리다

30/05/2014 (3일차) Zubiri > Pamplona 일찍 일어나 우린 아침을 먹고 출발한다. 영국에서 가져온 트와이닝 홍차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홍차로 밀크티를 해서 먹고 계란을 가지고 맛난 오믈렛을 해먹었다. 이보다 풍족한 아침을 먹어 본 적이 있나 싶을정도로 포지게(?) 먹었다. 생장에서 첫날에 5유로짜리 정말 욕나오는 저질 아침과는 절대 비교할 수 없는 퀄리티. 나는 그대로 힘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침에 단체 미국인 순례자들의 눈찌푸려지는 행동만 아니었으면 기분이 쭉 좋았을텐데 아쉽다. 한 번은 공동샤워실 문을 걸고 아무도 못들어오게 해서 자기들만 사용하는가 하면 남들이 사용하는 와중에도 문을 활짝 열어놓거나 하는 등 영 아니올시다 싶은 행동을 했다. 그래서 똥 씹은 표정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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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6. Zubiri에서 스테이크 파티를.

29/05/2014 (2일차) Roncesvalles > Zubiri (사진은 리짜!) 하쿠나 마타타가 적힌 돌덩이에 모인 사람들은 즐거워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 때 그리스에서 왔다는 리짜와 한국계 미국인 브렌을 만났다. 리짜는 독일어도 하고 영어도 곧 잘했고, 브렌은 한국어를 들어봤지만 해본 적은 없어 영어만 할 줄 안다. "우리 부모님은 나한테 화날때만 한국어 쓰더라?" 정신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걸으니 금방 Zubiri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늘은 뭘 해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도착하는 알베르게에 키친이 있다면 모두 같이 스테이크를 해먹자는 결론을 모았다. 데이빗은 예전에 피레네에서 불렀던 핫초콜릿 노래가 아닌 스테이크를 주제로 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Zubiri에는 역시 데이비드와 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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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5. 하쿠나 마타타!

29/05/2014 (3일차) Roncesvalles > Zubiri 이제 콤포스텔라까지는 790km가 남았다. 아침에 데이빗과 약속이 있었다. 데이빗이 머무는 숙소로 모두 아침 6시 30분까지 모여 다음 마을까지 가기로 했다. 그런데 데이빗이 보이지 않는다. 알베르게 근처에는 까페 사비나라는 곳이 있다. 마침 사비나의 이름과 같은 까페라서 그런지 우리는 호기심에 그곳에서 만나 아침 식사를 먼저 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고 해서 다음 마을에서 식사를 해결하고자 했다. 데이빗이 혹시나 짐을 챙기고 있을까봐 다시 알베르게를 들렀다. 저 멀리서 딱 보이는 데이빗의 얼굴. 우리는 신나게 손을 흔들어 반겼다. 마침 데이빗도 배가 고플테니 그래도 이 마을에서 식사를 좀 해결해볼까 했는데, 모든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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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4. 론세바스예스 드디어 도착!

아무리 기다려도 친구들이 오지 않는다. 다니엘, 데이비드, 사비나 다들 어디에 있는거니? 데이비드는 다리가 불편해서 걱정되고 사비나도 어깨가 좋지 않다고 했었는데...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나는 아직 짐을 풀지않고 입구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 20분정도 지났을까, 저 멀리서 익숙한 사람이 다가온다. 키가 한 2미터는 될 것같은 .... 그렇다. 다니엘이었다. "으와!! 다니엘 드디어 도착했구나? 다른 애들은?" "아 진짜 길이 장난 아니네.. 중간에 부상당한 사람 정말 많아. 일단 사비나는 내 뒤에 오고 있는데 데이비드는 못봤어!" 일단 사비나도 오고 있다고 하니 조금만 더 기다려본다. 한 10분정도 지나니 저멀리 절뚝이며 오는 사비나. "하아.. 진자 힘들었어!" 사비나 너도 결국 해냈구나!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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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3. 세상에서 가장 힘들었던 트래킹

2일차 (28/05/2014) St jean pied de port -> Roncesvalles (론세바스예스) 사람들은 제각각 자신만의 방법으로 피레네를 넘는다. 이곳을 넘는 순례자 중 인상깊은 영국 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 친구는 어디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같은걸 들고 왔다. "우와 쓰레기 봉투를 쓰는건 처음봐!" "그치? 우비를 따로 사는거보다 난 이게 더 경제적인 것 같아서!" 이렇게 까미노에서는 하나씩 꼭 필요한 것 빼고는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게 된다. 이들은 이걸 가장 빨리 터득한 것 같다. 프랑스와 스페인을 넘어서기 전 이렇게 국경쪽에 포장마차가 서있다. 프랑스에서 마지막으로 받을 수 있는 스탬프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마신 것은 바로 핫 초콜릿이었다. 데이빗은 비를 맞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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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2. 피레네를 넘어

2일차 (28/05/2014) St jean pied de port -> Roncesvalles (론세바스예스) 사진은 손을 쓸 수도 없이 하나씩 지워지고 있었다. 하나씩 하나씩 지워져 ... 이미 사진이 다 지워진 뒤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 . 다른 사진들은 그렇다치고.. 파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찍었던 영상들은 어쩌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일단 살려야만 했다. 모두가 자는 사이, 어떤 아저씨가 코를 골아대는 메들리에 맞춰 내 머리속은 매우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어떻게 모든 파일을 살려낼것인가.. 분명 파일을 살려낼 수 있지는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고민만 했던 밤은 지나고 야속하게도 아침은 밝았다. 빵 한조각과 바나나 그리고 소시지와 고기가 나온 아침. 특별할 것 없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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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1. 생장 가장 높은 곳에서

1일차 (27/05/2014) : Saint jean pied port, France 망루에서 보는 마을의 모습이 정말 멋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와인과 과일, 여러가지 주전부리를 들고 가는 길. 레드와인을 마시면서 바라보는 생장의 모습은 또 색다르게 다가올 것 같았다. 도시는 작고 아담해서 같은 길을 계속 걸으면 이제 내 집같을 것 같다. 이 오르막의 끝에는 순례자 사무소가 있고, 그리고 초원들이 펼쳐져 있다. 옛 중세의 모습처럼 교회나 영주가 사는 집을 중심으로 논이 펼쳐져 있는 그런 구획이다. 이제 왠만한 순례자를 받아 한산해진 순례자 사무소. 지금 시각은 8시. 이제 대부분의 숙소는 꽉 차있을 것이다. 생장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간이 정원(?) 들. 이렇게 매일 조성하는 것도 쉽지 않을텐데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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