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 (28/05/2014)
St jean pied de port -> Roncesvalles (론세바스예스)
사람들은 제각각 자신만의 방법으로 피레네를 넘는다. 이곳을 넘는 순례자 중 인상깊은 영국 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 친구는 어디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같은걸 들고 왔다.
"우와 쓰레기 봉투를 쓰는건 처음봐!"
"그치? 우비를 따로 사는거보다 난 이게 더 경제적인 것 같아서!"
이렇게 까미노에서는 하나씩 꼭 필요한 것 빼고는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게 된다. 이들은 이걸 가장 빨리 터득한 것 같다.
프랑스와 스페인을 넘어서기 전 이렇게 국경쪽에 포장마차가 서있다. 프랑스에서 마지막으로 받을 수 있는 스탬프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마신 것은 바로 핫 초콜릿이었다.
데이빗은 비를 맞으면서 계속 노래를 불렀었다 "핫 초콜릿을 마시고 싶어~"라고 ㅋㅋㅋ
근데 진짜 핫 초콜릿을 파는 곳을 만나다니.
"데이빗! 여기에 니가 찾던 핫 초콜릿이 있어!"라고 했더니 저 멀리 한참 뒤쳐져 있던 데이빗이 빠른 속도로 달려온다. 그 아픈 무릎을 이끌고 잘도 달려온다.
벤더에서는 마지막 스탬프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제 얼마나 남았나 봤더니 아직 10km가 남았다는 것. 오늘 총 28km를 걸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18km를 걸었다는 것이다. 내심 내가 참 자랑스러워졌다.
자 이제 내리막이 계속된다고 하니 더 힘을 내서 걸어보자.
이제 좀 재밌게 내려갈 수 있으려나.
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은 보기좋게 깨져버리고 말았다.
내리막길은 끝없이 내려간다. 진흙이 가득한 내리막은 정말 최악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무릎에 무리가 많이 온 상태였다. 특히 사비나와 데이빗은 이미 저 멀리 뒤쳐져 있어서 보이지도 않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길에서 사람들은 계속 진흙탕이 미끄러지고 넘어졌다. 난 다행히도 넘어지진 않았지만 많은 순례자들이 이 구간에서 가장 많이 부상을 당했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가야했다.
Navarra라니.. 이제 스페인령으로 들어왔나보다.
일반적으로 오후 3~4시쯤 도착하는게 맞지만.. 나는 늦은 오후 5시에서야 론세바스예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입구에는 모두가 흠뻑 젖은채로 오늘 하루를 곱씹고 있었다.
"아 너무 힘들다. 정말 힘들어"를 연발하고 있었다.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뭔가 해냈다는 느낌이 강해서 기분이 좋더라. 한켠에는 다른 친구들이 잘 도착할려나 싶은 걱정도 되었다.
일단 크레덴시알에 도장을 받고 우비를 정리한 후 다른 친구들을 기다렸다. 부디 모두 건강히 내려왔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