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늦잠이다.

뉴욕에 오자마자 늘어난 건 오직 잠뿐.
 어쩌면 예전처럼 빡빡한 여행이 아니라 조금 더 여유로운 여행이었기 때문에 그런걸까, 아무튼 일어나니 자명종은 벌써 1시를 가르키고 있다. (라고 하면 다들 1시면 좀 심하지 않나? 할 수도...하하)

오늘은 처리할 일이있어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아직 한국에서 끝내지 못한 일이 있어서다.
하청을 받은 디자인작업을 하다가 그것두 몇백만원 들여서 뉴욕까지 왔는데 컴퓨터 모니터만 보고 있자니 도저히 여행자 답지 않은 것 같아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브루클린 브릿지를 가기로 마음먹는다.
일을 좀 하다 보니 오후. 인터넷을 뒤져보니 뉴욕의 일몰은 7시 20분이란다. 간단히 차려입고 브루클린 브릿지를 브루클린에서 맨하탄방향으로 걸어보기 위해 파란색 노선을 타고 High st역에 내렸다. 어느새부턴가 지하철 갈아타는 것 그리고 EXP(급행)와 LOCAL(완행)의 차이를 조금은 익숙해지려고 한다.  

7:50분경 브루클린 브릿지에 올랐다. 

  석양이 지는 브루클린 브릿지는 정말 장관이다. 하늘빛에 취한다는 이야기는 이곳에서 나온걸까, 자전거 타는 사람 운동하는 사람, 보행자들이 어울려 하나의 그림이 되는 기분이다. 서서히 물들어가는 맨해튼을 바라 보고 있자니 갑자기 눈물이 날 뻔했다. 어제 이후로 정말 내가 뉴욕에 왔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사진 엄청 찍고 보니 내 사진도 찍고 싶어 내셔널 지오그래픽 가방 짊어지고 열심히 사진찍고 있는 뉴요커한테 부탁했더니 흔쾌히 오케이 한다.

"내가 니사진도 찍어주까?"
 했는데 "노 땡스"란다.

그래도 고마워서 사진 한방 남겨줄려고 했더니만! 에이그.
그리고 나서 사진 확인해보니

"음..영 아니다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야지.."

열심히 교각을 왔다 갔다 하며 내 사진을 찍어줄 사람을 물색한다. 브루클린 브릿지의 교각끝 뉴욕시 시청으로 들어설 무렵 아이팟 끼고 걷는 여자가 맘에 들어 사심으로 사진을 부탁했는데 세상에 이 여자,
대충 사진을 막 찍구 나서 "다 됐어~"하며 건네준다. 
뭐 이렇게 대충찍지 하고 들여다보는데, 거의 예술로 잘 찍어놨다.  
그래서 또 한번 부탁드리고 싶었는데 이미 여자는 아이팟을 고쳐 끼고 저 멀리 석깅를 떠난지 오래. 그래서 그냥 아쉬운데로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려 하는 찰나 아까 그 아이팟 뉴요커가 등장(브릿지를 왕복하시는듯?)! 다시 한번 부탁드렸다.
보스턴에 있을때는 거의 지원누나에게 의지해서 영어를 쓸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제 슬슬 사진 찍어주실래요? 감사합니다. 이게 좀 익숙해진다. 이제 내 사진을 찍어줄 사람도 없고 부탁을 해야 하니까, 일단 살아 남기위한 회화는 슬슬 늘어가는 기분.

20분이면 건널 수 있는 브루클린 브릿지를 거의 2시간정도나 걸려 건넜으니 얼마나 브루클린 브릿지에서 머물렀는지를 짐작할 수 있겠지?. 세상을 다 삼길듯한 강렬한 일몰은 덕분에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정말이지 이시간대의 브루클린 브릿지는 강추!



브릿지를 지나 예쁜 시청 앞을 카메라에 담고나서 다시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지하로 내려간다. 그렇게, 집으로 가기 위해 또 다시 타임스퀘어로, 여느때와 같이 7번 트레인을 타고 중간에서 잠깐 내려 근처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한번 구경하고 우드헤븐으로가 TARGET에 가서 먹을 거리 장을 좀 보고 집으로 돌아갔다. 앞으로도 지금의 루트를 자주 애용할 듯 싶다.
(사실 TARGET은 폐장 10분 전에 도착해서 "자! 10분 남았습니다 레이스 시작이요~!" 하는 경비원과 함께 즐겁게 쇼핑했다)

내가 뉴욕에 일주일 일정으로 온 여행자였다면 이런 여행은 사실 불가능한 행동인데, 조금은 뉴욕에서 여유로워 질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워낙 이곳이 다이나믹한 곳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주말에 나가보면 루즈한 동네기도 하고 다양한 분위기들이 공존하는 이곳이지만, 오늘, 브루클린 브릿지를 걸으며 생각한 것은 뉴욕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고 랜드마크를 보는 것보다는 골목 골목 구석구석 벽에 붙은 타일 한장이라도 더 보는 것이 뉴욕 여행에서는 훨씬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집에서 7번라인을 타고 나와 매일 타임스퀘어를 마주하고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까지 살짝 운동하고 집에 갈때는 우드 헤븐 TARGET으로 가서 먹거리를 장본다. 하는 것은 정형화된 루트이면서 내 하루여행을 마무리해주는 일례행사일 뿐더러 신기한건 매일 봐도 지겹지 않고 매일 변화하기 때문에 이곳을 선호하는게 아닐까, 뉴욕은 하루하루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래서 가이드북이 필요없다. 그냥 마음가는 데로 가면 그게 당신만의 여행. 뉴욕여행의 묘미는 아마, Customize(사용자화) 일 것이다.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브루클린 브릿지는 일몰에, 타임스퀘어는 저녁에 가는게 최고다.

 
오늘 하루 말미에 드는 생각.
정말,블렛 잘 구한듯 공기 좋은 곳에 있고 가격도 저렴한데다 주인 아줌머니도 참 좋다.
지하철을 타고 왔다 갔다 하면서 맨해튼의 전경을 볼 수 있는 7번 라인이 너무나도 좋다.




날짜

2010. 8. 2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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