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eonnow.blog.me/100163760878 캄보디아 국경 넘는 법은 이 블로그에서 정보를 얻었습니다.
이른 새벽아침 6시에 출발하는 국경행 카지노 버스를 타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살금살금 씻고 중요한 것만 작은 가방에 쑤셔넣고 출발한다. 막 채비를 마치고 나오려는데 침대맡에 왠 쪽지가 한장이 있다. 어제 같이 여행한 용호가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한번 보자며 연락처를 두고 잠든 것이다. 고마운 마음에 지갑에다 고이 모셔놓고 캐리어를 맡겨두고 캄보디아로 떠난다. 오늘 목표는 오후 2시 안으로 캄보디아 시엠립에 도착하는 것이다. 국경까지는 약 4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아마 6시쯤 버스를 타면 10시 언저리에 도착할 것이고 이것 저것 수속을 끝내면 아마 12시쯤에 국경에서 다시 2시간 반동안 택시를 타고 시엠립에 도착할 것이다. 생각만해도 여러가지 복잡한 국경넘기다.
국경을 넘는 법들은 많고 널렸으나, 카지노 버스를 타고가는게 가장 로컬다운 방법이자 저렴한 방법이다. 200바트의 가격에 잠을 청하라고 담요도 요청할 수 있다. 본디 목적은 국경 사이에 있는 카지노로 가는것이다. 버스를 타기 위해서 택시를 잡아 간다. 다행이 영어를 엄청나게 잘하는 택시기사였다. 오랜만에 서로 수다도 떨고 캄보디아 갈거라고 하니 국경을 넘을때 거짓말로 유혹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걱정 말라고 하며 팁도 알려준다. 한국이야기도 하고 마침 태국 라디오에서 울려퍼지는 강남스타일도 들으며 즐겁게 버스 타는 곳인 룸피니 공원 HSBC앞에 도착했다. 육교 아래서 버스를 탈 수 있다고 택시기사가 단단히 일러줬다. 게다가 내게 부과된 택시비도 일전에 내던 것보다 엄청 저렴하게 지불했다.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나서 얼마지나지 않아 버스가 왔다.
배낭여행객들이 꽤 탄다더니만 글쎄 내 주위에는 현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 뿐이다. 버스안은 나름 쾌적한 환경이긴 한데 이게 정말 카지노 가는것인지 확신이 들지는 않지만 차장에게 차비 200바트를 내고 일찍 잠을 청한다. 버스 안에서 물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니 챙겨 먹도록 하자. 생각보다 많이 건조하다.
태국 나중에 또 보자!
거의 기절하듯이 잠을 자서인지 엄청 잘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인 포이펫에 다다를 수 있었다. 뭔가 정돈되지 않은 분위기에 불안감이 몰려온다. 일단 여기가 국경인건 알겠으나 배낭여행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배낭 여행객이라도 보이면 좀 안심하고 가겠구먼 이건 내가 표적으로 몰린 기분이다. 역시나 버스를 내리자마자 택시기사가 언급했던 사람들이 미친듯이 나를 둘러싸기 시작한다. 비자를 이제 내주지 않게 됬다나 어쨌다나. 모든 말을 무시하고 "나 비자 이미 인터넷으로 뽑아서 간다 걱정마"하며 아무 종이나 펄럭거리며 국경까지 걸어간다. 검문소까지 5분은 정말 아찔했다.
나 살아 돌아갈 수 있겠지?
검문소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다시 캄보디아의 검문소까지 500미터는 정말 다른 세상같았다. 뭔가 현대문명에서 때 묻지 않은 문명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이때까지 국경을 넘어본 것은 미국과 캐나다 사이를 통과해 본 적 단 한번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낮설었다.
저 멀리 캄보디아를 알리는 앙코르 부조문이 보인다. 그곳을 통과하게 되면 비자를 받는 사무소가 보인다. 그런데 옆에는 확장공사를 하는것인지 뭔가를 마구 부수고 있었다. 현지인처럼 보일 수는 없겠으나 무작정 현지인에 밀착해 따라간다.
사무소는 굉장히 허름하다. 내 차례가 되면 종이를 써서 내라며 정보를 요구한다. 근데 문제가 하나 있었던게 내게 그 많던 펜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캐리어에 놓고 온 것 같다. 쭈삣쭈삣 가서 펜을 빌려도 되겠느냐 하니 1$란다. 야이 도둑놈들아! 됐다! 마침 태국에서 건너가는 태국인이 있어 그에게 부탁해서 정보를 적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선 비자 발급 절차에 들어갔다. 늘 그렇듯이 발급해주는 사람이 '갑'오브 '갑'이니까 굽신굽신 해야한다. 표정에 변화없이 손을 안으로 까닥대며 오라고 부른다. 그리고선 지들끼리 지네 말로 실컷 하하호호 떠든다. 기분나쁜 분위기가 흐르고 나에게 35$를 요구했다.
"아 진짜 빡쳐! 야! 니네 홈페이지서 내가 이럴 줄 알고 30$인거 보고 왔어 이게 증거야" 하면서 프린트를 내밀었다. 그렇다. 아까 태국에서 나 비자 이미 받았다고 뻥친 그 종이다.
그랬더니 또 지들끼리 하하호호 한다. "미안한데 35$ 안주면 우린 비자 발급 못해줘"한다. 됐다 그냥 자리로 돌아가자 하고 다시 돌아가 앉았다. 그리고 비자를 발급받는 사람들의 동태를 살펴 계속 훑어봤다. 그들이 얼마를 지불하는지 계속 봤다. 심사관이랑 눈 마주칠때마다 계속 나는 니네 계속 주시하고 있다라는 것을 어필했다.
한 10분이 지났을까 또 손을 까닥대며 부른다. 그러더니 30$를 낚아채더니 비자를 붙여준다. 진작에 그럴것이지. 괜히 왜 서로 스트레스를 받아야하는지 모르겠다. 캄보디아에서는 이 1$도 굉장히 큰 돈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시엠립 가서 알아챌 수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비자를 받고 나왔다. 하 말도 안됀다. 정말 황무지에 온 느낌이다. 온통 오토바이뿐. 아까 포이펫 국경에서 만난 삐끼들은 양반중에 양반이었다. 이놈들은 꼭 골목 지나가는 여학생에게 말이라도 걸어보겠다는 양아치마냥 자꾸 내게 어디로 가느냐 내가 데려다 주겠다를 반복했다.
"저기 진짜 미안한데!!! 내 캄보디아 친구가 저기 야 저기 보이지 노란건물? 거기 3층에 살어!!!!" 라고 뻥을 쳤다. 근데 이놈들 보통내기가 아니다. 너는 짖어라 나는 마이웨이다 식으로 계속 달라붙었다. 그중에 한넘은 이렇게 얘기하더라.
"DONT SAY LIE, YOU BETTER TO TAKE THIS. ENTERENCE IS 4 KM FROM HERE." 뭐 ? 입구까지 4키로라고? 이넘들을 4키로 걸으면서 상대 해야하는거야? 싶더라.
그래서 내가 "저기 미안한데 내가 지금 니네 나라 돈이 없어 달러도 다 고액지폐야 내가 가진건 한국돈이다." 라고 하니까 그럼 태국돈은 없냐? 물어보더라. 태국 돈? 돈 거의 다 써서 한 10바트 있으려나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지니까 20바트가 있었다. "오케이"하면서 그 돈을 낚아채더니 타란다.
택시가 모여있는 곳으로 오세요..
야 니네 오토바이를 탄다고 한 적이 없는데? 어느새 나는 끌려가고 있었다.
근데 이자식들 알고 보니 4키로는 개뻥이었다. 한 500미터 남짓의 거리만 가면 우물가 같은 곳이 나오고 거기에 택시들이 몰려있었고 그렇게 찾아 헤매던 배낭여행자들이 다 여기에 있더라. 나는 오토바이 뒤에 끌려가면서 시엠립을 갈거라고 말을 해버려 아예 자기 지인 택시 회사로 나를 끌고 갔다. 진작 그 500미터만 걸었어도 아마 그 여행자들과 더치하여 더 저렴하게 갔을 거라는 아쉬움은 있으나 아무튼 더 황당하고 재밌는(?)일이 일어났다.
삐끼청년이 데려다 준 그곳에서 택시기사 하나를 배정받았다. 택시를 타고 오면서 나는 죽어도 25$ 아니면 택시 안탄다 했는데 자기를 믿으라며 그 가격에 해줄거라고 그곳에 날 데려간 것이다. 역시나 지들말고 뭐라뭐라 하면서 나를 팔아 넘기고 있었다. 인신매매 당하는 기분이 이런 기분인가 싶을 정도로 별로더라.
아무튼 왠 종이쪽지를 건네주더니 택시에 탔다. 택시 기사는 캄보디아 노래를 연신 크게 빵빵 틀면서 국경도시 내를 배회했다. 정확히 30분동안. 그러더니 담배피러 갔다오겠다 뭐 전화 좀 하겠다 계속 차를 세워댔다. 그래서 열이 받은 나머지 "야 진짜 내가 오늘 할일이 많은데 여기에 있을 수가 없다 돈도 냈는데 빨리 출발해라!" 하고 경고를 했다. 그랬더니 다시 차에 타더니 입에 담배를 문채로 또 어딘가를 가더라. 그리고는 어딜 또 전화하더니 시장에서 누구를 택시에 태웠다. 영어는 커녕 지들끼리 말을 하다가 그냥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했다보다. 질문에 대답을 하며하며 어느새 1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택시는 도무지 시엠립으로 갈 생각을 안한다. 그때 스콜이 갑자기 쏟아졌다. 열대기후니까 그럴만도 싶긴 한데 좀 심하게 오더라. 그 와중에도 또 한명이 뒤에 탔다. 지금까지 총 인원이 4명. 그러더니 조금만 기다려보라며 시엠립 가는 사람이 또 있다며 자기 고향을 가야한단다. 한 20분을 더 달려 허름하고 택시가 반이 물에 잠길만한 그런 심각한(적어도 내 기준에선 첨 경험한 낙후된 동네였다)에서 사람 좋아보이는 아줌마가 탔다. 택시 기사가 등장하니 모두가 인사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걸 보면서 정말 잠깐의 짜증이 조금 누그러졌다. 정말 우리가 TV에서 열악하다고 생각한 그런 곳들이 진짜 존재해서 놀랐고 심지어 내가 필리핀 봉사활동 갔을때 봤던 동네보다 어쩌면 더욱 낙후된 동네였다. 그렇게 5명을 꽉 채운 택시는 마침내 씨엠립으로 출발했다. 비가 하도 많이와서 당췌 앞이 보이지를 않는다. 논에는 이미 홍수가 날 지경이고 소들이 물속에 잠겨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가끔 몇마리 소들은 위험하게 시리 도로를 점거하고 있기도 했다. 심지어 수영하는 소도 발견할 수 있었다. 오메
택시는 그 길로 계속 가려는거 같더니 왠 중간 마을에서 또 멈춰섰다. 그리고 뒷자리에서 아줌마가 내렸다. 나는 내려드리고 다시 출발할 줄 알았으나 또 태연히 담배를 피더니 도시를 들쑤시고 다니면서 "씨엠립?"을 외치고 호객을 하고 있다. 마침내 한명을 태워서야 다시 출발할 수 있었다. 아 내가 졌다 진짜.
그렇게 한 2시간을 고생하면서 가고 있는데 그래도 고맙게 말은 계속 걸어준다. 이곳에 산이 없는 평지지형이고 빈부차가 크다는 등의 지정학적 경제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참 고마웠다. 마지막 목적지가 어디냐고 물어서 '스타마트'라고 했다. 스타마트는 씨엠립의 만남의 광장으로 정확히 중심에 있어 그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 되어있다. 나는 오늘 툭툭기사도 이미 선임해 놓은 상태이고 숙소도 이미 예약해 놓았다고 이야기 했다. 그렇게 미리 이야기 해놓고 조금씩 도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씨엠립에 도착했다.
스타마트에서 내리며 잘가라고 쿨하게 한마디를 내게 날리더니 저멀리 사라지는 택시. 아무튼 도착한 시간은 3시 언저리였다. 아 마침내 진짜 캄보디아에 그것도 씨엠립에 왔다. 숙소는 한인민박이 6천원으로 저렴해 그쪽으로 잡았다. 생각보다 좋은 시설이었고 그간 힘들었던 여정을 사장님께 한풀이를 했다. 그러면서 일단 배가 고파 내가 열받을때 먹는 신라면을 오랫만에 시켜 먹었다.
그렇게 밥을 먹는 동안 내가 미리 컨텍한 툭툭기사인 따비가 도착해있다. 아 다시 여행 시작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