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6/2014 (Day 6) Estella -> Torres del rio
꽤 오래 여행기를 썼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6일차.. 다이어리 한 권이 끝나려면 아마 올해가 다 지나야하지 않을까 싶은.. 그런 두려움이 ... (하지만 열심히 써보는걸로!)
저번 여행기에서 Los Lagos 에 있는 성당의 부조가 예쁘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분명 사진을 찍었다고 생각해서 하드디스크를 뒤져보다가 쌩뚱맞은 폴더에 들어있는 사진을 발견했다. (그것때문에 연재가 늦어진 것은 아니었어요!)
드디어 찾아낸 사진을 방출!
본당은 이런 분위기였다. 이탈리아를 한번 다녀왔었는데 이탈리아의 유명성당 부럽지 않을정도로 성당이 정말 멋졌다.
내가 카톨릭 신자였으면 더 와닿을텐데..
이 성당에서 나도 모르게 '와!'하는 감탄사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
천정의 조각과 회화도 멋지지만 햇빛이 들어오는 방향을 모두 계산한 것 같았다.
Los Lagos 는 작은 마을이지만 큰 여운을 주는 그런 동네였다.
그 다음에 걸어야 하는 길은 그늘도 없이 그대로 걸어야 하는 길이다. 혼자 걸어도 좋지만 이런 길은 누군가 이야기를 하면서 걷는 편이 더 쉽다. 혼자 걸으면 금방 지치기 때문이다.
오늘은 론, 그리고 에밀리, 마르타, 비올레타와 나 이렇게 5명이서 걷는다.
금빛 들판은 여전히 아름답고, 태양빛 아래 아무리 걸어도 풍경때문에 즐겁기만 하다.
" 나 사진 좀 찍을건데.. 너희 포즈좀 취해줘!" 라고 했더니 포즈를 취하는 비올레타(좌), 그리고 에밀리(우)
비올레타는 걸으면서 자신의 비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멕시코 이민자로서 파리에서 살아가지만, 패션디자이너의 꿈을 갖고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샤넬의 패션쇼에서 나는 꼭 패션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패션디자이너로서 몇몇 모델의 옷을 직접 만들고 있다고 했다.
디자이너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이거 아니면 안돼!"라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실제로 파리에서 유명한 디자이너가 되어가고 있다.
에밀리는 학교 선생님으로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물론 말은 잘 안듣지 근데.. 뭐 누구나 어렸을 때에는 말 잘 안듣잖아?"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에밀리.
나는 어쩌다 이 길에 왔을까 되짚어보니.. 나는 서명숙 작가의 책을 읽다가 까미노를 알게 되었구나..
제주올레 이사장으로 유명했던 서명숙 작가의 책에서 올레를 만들기 전에 까미노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 까미노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과 비전을 공유하고 그걸 모르는 사람에 스스럼없이 펼치는 하나의 '장'이었다는.. 그리고 까미노에서는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잃은 사람들이 다시 나를 찾는 과정을 밟는다고 했다.
20대를 나름 열심히 보내면서 워킹홀리데이 후 마지막은 꼭 까미노에서 보내야겠다는 그런 생각을 나도모르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나는 까미노에서 정말 많은 인생을, 그리고 나 자신을 길에서 깨우치고 있는 것 같다.
(아.. 와인을 많이 마셨나... 괜히 이런말을...)
처음에는 누구나 혼자 걷는 까미노.
그런데 길을 가면서 100명이 넘는 순례객을 만나게 된다. 100명이 넘는 마을사람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혼자임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단체생활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어쨌든 함께 걷게 되는것이 까미노다.
사람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개념을 어렸을때부터 배운다. 결국 우리는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공동체임을 까미노에서 깨달아간다.
자그마한 것에 감동하고, 감사하면서 말이다.
중간의 자그마한 마을, 기봉이와 내가 살짝 지쳐서 그늘진 놀이터에서 쉰다. 마침 그곳에 있었던 젊은 학생들이 있었는데, 평균 연령대 19살인 미국 학생들. 그냥 친구들끼리 여행왔다고 했다. 왜 까미노야? 했더니 The road 라는 영화를 보고 왔다고 했다. 까미노에 온 계기를 물으면 미국인 대부분이 The Road 라는 영화를 댄다. 아이슬란드 왜 왔어? 라고 아이슬란드에서 물어보니 다들 서로 짠것마냥.. "월터의 상상하면 이루어진다"라는 영화를 보고 왔다고 하더니.. 미디어의 힘은 참 크다.
정말 멋모르고 왔겠지만.. 그 친구들도 하나씩 배워가는게 생길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게 이 길의 매력이자 힘이다.
30분간 휴식을 취하고 한 5분을 걸었더니 목적지 Torres Del rio 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Oca 라는 사설 알베르게. 혹시나 공식 알베르게가 꽉 찼을까봐 비올레타가 예약해 놓은 곳이다. 자그마한 수영장이 딸려 수영까지 할 수 있는 나름 고급 알베르게다. 날씨가 좋아 그늘 밑에서 밀린 일기를 조금씩 쓴다.
계속해서 들어오는 일행들을 맞이하고 보니 어느새 저녁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간단히 한잔하기로 했다. 시에스타가 풀리자마자 올리브와 와인 한 잔! 까미노의 백미가 아닐까? (누가 보면 와인 마시려고 까미노 걷는 것 같다)
(다음 사진은 함께 친친!(스페인, 이탈리아에서 건배라는 뜻) 을 외친다)
드디어 친구들 얼굴을 보면서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맨 왼쪽편은 비올레타, 그리고 한국인 친구 기봉, 미국인 론, 선생님 에밀리, 그리고 호탕한 이탈리아 친구 마르타. :)
그리고 오늘 마신 와인 되시겠다. (이러다 와인 컬렉션 여행기를 발행하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에밀리와 나, 기봉과 마르타는 서로 축구 롤플레잉 게임(보드게임류)를 하면서 순례자 메뉴를 기다렸다. 숙소를 예약하면서 함께 예약했는데 가격은 18유로. 숙박비 8유로, 순례자 메뉴 7유로, 아침식사 3유로가 포함된 가격이다. 일행들은 더 많이 늘어 피레네를 넘으면서 쓰레기 봉지로 우비를 만들어 썼었던 영국인 앨리스와 그녀의 친구까지 함께했다.
모두가 함께 모여 순례자메뉴를 먹으니 정말 가족같은 분위기. 메뉴는 더할나위없이 맛있었다. 게다가 맛있는 와인이 무제한으로 제공된다니! 정말 꿀같은 휴식을 와인으로 마무리한다.
메인요리는 원하는대로 고를 수 있다. 치킨과 파스타, 그리고 이렇게 계란밥이 코스로 나오는 걸로 신청했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아.. 누가보면 먹으려고 까미노 걷는줄...
(다음에 계속)